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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Oct 18. 2024

백수인 나를 믿는 방법 : 믿음이 안 가는데 어쩌죠


 퇴사 후 백수생활이 장기화되면 다 집어던지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시간이 갈수록 그 주기는 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진다.

괜히 퇴사했나로 시작된 후회는 내가 했던 모든 선택에 대한 의구심으로 옮겨간다.


너무 성급히 퇴사했나, 조금 더 버텨볼걸.

이럴 거였으면 회사 다닐 때 돈을 좀 더 모아둘걸.

일찍부터 정신 차리고 퇴사준비를 할걸.

대학은 왜 문과를 갔을까. 기술을 배울걸. 

쓸모도 없는 대학은 왜 갔을까. 공무원시험을 볼걸.


삶 전반을 거슬러 올라가며 조목조목 후회를 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절망이 덕지덕지 얼룩진다.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인 것처럼 아무리 달려도 불안과 좌절이 가득 찬 세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느새 인생전체를 부정하고 있는 나를 견디기가 곤욕스럽다.





< 내게 묻는다 >


그런데 대체 뭘 그렇게 잘못 산 걸까.

이런 패배감을 느낄 만큼 대충 산적이 있었나?


그건 아니다.


그때의 나는 충분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고, 그게 맞는 선택이라 믿으며 걸어왔다.

일시적인 결과를 바꿀 수 없는 결론이라 여기고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는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 진가가 나타난다.

지금처럼 내가 무너진 순간에 나와의 관계가 그 본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미워하고 있다. 

그걸 알차차린 순간 나아갈 힘을 잃는다. 





< 나를 믿어라 >


나는 매번 자신을 테스트하며 내가 정말 믿을만한 인간인지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려 했다.

준비한 시험에 붙었을 때,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 합격했을 때. 

스스로에게 내린 과제의 결과물을 깐깐하게 체크하며 나를 믿어도 되는지를 수시로 평가했다.



그러나 자신을 믿는 것은 시험을 통한 증거수집이 아니라 그냥 믿는다고 결정하는 것이다.

증명이 아닌 선택이다.

믿음직스러워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로 하는 것이다.


성과에 따라 나에 대한 믿음이 결정된다면 자기부정 속에서 흔들리다가 자기혐오와 연민에 빠질 것이다.

꼭 무언가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그냥 살아가고 있다는 자체로 믿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삶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가 불쑥 나타나는 고난에서 자신을 지키는 무기는 자기 신뢰이다. 

인생에는 좋은 순간보다 힘든 순간이 더 많기에 이 무기를 단단하게 쥐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자기 신뢰의 힘으로 나아간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믿는 만큼 삶이 편안해진다. 

아무 이유와 조건 없이 자신을 믿어주는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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