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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Oct 25. 2024

회사를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 나는 줄곧 떠나는 사람을 부러워했다


학교땐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 연수를 받으러 떠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남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더 좋은 삶을 찾아 훌훌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떠날 실력도 용기도 돈도 목적도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떠나는 사람들을 선망했다.

남아있는 곳이 지옥이기에 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그들이 부러웠다.

내게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탈출이었다.

이직해서, 결혼으로, 육아 때문에, 사업한다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뒤를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떠남에 탑승할 그 어떤 능력도 없었다.

하다못해 한번 저질러보는 무모한 객기조차 부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 그런데 이런 나도 회사를 떠났다.


용기나 어떤 재주,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대로는 죽을 것 같아서였다.

겁이 많아서 상황이 되질 않아서 펼치지 못하고 묵혀왔던 망설임이 한 번에 터진 것이었다.

어쨌든 나도 한 번쯤은 떠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비록 도망일지라도 속은 후련했다.

순응하며 고분고분 사는 콩쥐역할만 하다가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는 팥쥐를 맡으니 꽤나 통쾌했다.(종종 하고 싶었다)



하지만 떠난다고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시작일 뿐.


나는 떠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부러워하고 동경했다.

하지만 떠나보니 이젠 알겠다.

떠난다는 결정어렵지 남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엄청난 의지라는 걸.

떠나는 용기만큼 대단한 건 남아서 제자리를 지키는 인내라는 걸.


떠난 사람이 두려움을 이긴 사람이라면 남은 사람은 지겨움을 견딘 사람이다.

떠나는 사람이 기꺼이 모험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남는 사람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다.

견디고 인내하는 것이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보다 작다 할 수는 없다.

남아있는 나를 답답한 바보라 업신여겼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나는 꽤나 우직한 사람이었다.








떠나도 봤고 남아도 봤기에 그 어떤 길도 쉽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안다.

떠나는 사람이 마냥 후련한 것도 아니며 남아있는 사람이 마냥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떠난 사람도 남는 사람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것은 똑같다.

중요한 건 내가 가는 길을 받아들이고 담담히 걸어가는 자세였다.

누구나 떠나는 사람이 될 수도 남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에 그저 내 선택을 믿고 가야 한다. 

삶에서 떠남과 남음보다 더 큰 틀은 선택과 받아들임이었다.



어떤것도 쉽지않아 답답한 날, 말없이 빛나는 별하나가 위로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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