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마드 노을 Oct 22. 2024

죽다 살고 보니 백수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

죽다 산 적 있나요?


 회사 다닐 때 차가 폐차될 정도로 교통사고가 크게 난적이 있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그 유명한 '교통사고 나이롱환자'가 되어버렸다.

과로와 폭식, 바르지 않은 자세 때문에 좋지 않던 몸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극심한 목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허락받고 아파야 할 만큼 바쁜 회사에서 병가 내는 게 눈치가 보여 너무 서글펐다.

퇴근 후에 한의원과 통증의학과에 출근하듯 방문해 진료를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마사지샵도 다니고 보약과 한약, 각종 건강식품을 먹으며 낫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었다.


 큰 효과가 없어서 지쳐가던 중 운동처방 PT센터를 알게 되었다.

물리치료사 출신의 운동처방사 센터장님을 따라서 3개월 동안 평일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더니 서서히 통증이 완화되는 게 느껴졌다.

몸이 가벼워지고 매사에 활력이 생겼다.

11년 동안 회사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때 배운 운동 덕분이었고

내 삶이 운동을 하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더 열심히 관리를 해야 하는 지금


백수가 되면서는 하는 일 없이 맨날 누워있을 테니 운동도 체력도 필요가 없을 줄 알았다.

푹 쉰다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대는 걸로 생각했다.

매일 누워서 유튜브를 보며 뒹굴거렸다.

그런데 장시간 누워있으니 허리가 너무 아팠고 점점 골반으로 내려오면서 몸 곳곳으로 옮겨갔다.

집에서 노는데 몸이 아프다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병원을 가야 해야 했기에 아프다는 것은 곧 비용을 뜻했다.

아파서 힘든 것은 물론이고 돈을 아껴야 하는 백수신분에 지출까지 생기니,

가뜩이나 권태에 볶이던 심신이 더욱 질퍽한 늪속에 묻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백수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


직장인일 때나 지금이나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안 하면 더 아프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

강제성이 없는 백수라서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 이유이다.


 백수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과 체력이다.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는 상황에 몸까지 무너지면 가속이 붙은 듯 모든 게 망가진다.

체력이 있어야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글 쓰는 백수가 되면서부터는 오래 앉아있어야 고 오래 앉아있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였다.

앉아있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니, 체력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 뭔가 싶다.

놀기 위해서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뭔가를 생산해 내는 일은 더 그렇다.





사람은 체력만큼 행동할 수 있고 건강한 만큼 이뤄낼 수 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타격감은 엄청나다.

어찌어찌 쌓아 올린다 해도 끝까지 지킬 수 없다.

건강을 잃고 바라는 모든 것들은 욕심일 뿐이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과욕이 되지 않으려면 체력을 키워야 한다. 



이전 08화 백수인 나를 믿는 방법 : 믿음이 안 가는데 어쩌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