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22살에 떠난 혼자만의 첫 여행, 잊을 수 없을 만큼 행복했던 기억들이 쌓였음에 감사하고, 여행을 다짐했던 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서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고민 없이 말할 수 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저 그런 여행인데 글까지 써서 뭐하냐고.(진짜 누가 말한 건 아니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저 그런 여행이 맞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나는 살면서 스스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었다. 그냥 하라고 해서 했고,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주체적인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 하나로 나는 떠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저 그런 이 여행이 나에게 있어선 앞으로의 시작이자 용기의 결과로써 든든한 버팀목이다.
런던에서 만난 한인민박의 스태프분을 시작으로 타워브리지에서 만난 두 명의 언니들과 영국 근교 투어에서 만난 또 다른 두 분 그리고 다정했던 파리 민박 사장님과 그곳에서 만난 따뜻하고도 재밌는 언니들 그리고 프랑스 근교 투어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파리 민박에서 만난 분들과는 작년 연말에도 한번 보고 지금도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낼 정도로 좋은 인연이 되었다)
짧디 짧은 여행이었지만 스쳐 지나간 인연들이 생각난다. 어쩌면 유연하고도 자유로운 나의 모습을 기억해 줄 다정한 사람들.
여행 전에 나에게 한 질문들은 어느새 까먹었다. 그것 또한 참 나답다는 생각을 했다. 질문을 여행지에 고스란히 놓고 왔기에 굳이 답을 찾을 필요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돌아왔다.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여행 글을 쓰며 다시금 여행을 곱씹을 수 있어서 즐거웠고 또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다. 여행의 모든 순간이 그립고 그 순간의 행복했던 내가 자꾸만 떠올라 마음을 저릿하게 했다. 그럼에도 여행 글을 쓰며 그냥 지나쳤던 순간과 감정들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나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음에 여행 글을 쓰는 내내 즐거웠다.
‘carpe diem(카르페디엠)’ - 현재를 즐겨라
‘Animum fortuna sequitur(아니뭄 포르투나 세퀴투르)’ - 행운은 용기를 뒤따른다
라틴어로 된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이다. 이번 여행은 행운이 뒤따랐다고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순탄했고 즐거웠고 자유로웠으며 따뜻한 여행이었다. 스스로가 버거웠던 그때의 내가 무너지지 않고 또 다른 하나의 목표를 세워 용기를 가졌고, 그 용기에 행운이 뒤따라줬다. 그 중요하고도 소중한 걸 배웠기에 나는 앞으로의 용기와 다짐이 조금은 덜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처음’을 읽은 당신도, 당신의 ‘처음’을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기를
짧디 짧은 저의 여행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의 용기에 행운이 뒤따르기를 그래서 용기 내는 것이 어렵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