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파리
어느덧 다가온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혹은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 날. 시간의 빠름을 느끼며 섭섭하기도, 슬프기도 한 날.
여행의 마지막 날은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랑해 벽과 몽마르트르 언덕을 다녀왔다. 유명 관광지답게 몽마르트르 언덕 지하철역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그날은 날씨가 정말 더웠다. 더운 날씨에 언덕을 오르니 힘들었지만 푸릇푸릇한 풍경 덕에 가는 길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몽마르트르 언덕 위에 도착해서 경치를 바라보는데 너무나도 예뻤다. 푸른색의 풀들과 나무들, 파리의 건물들.. 파리가 이렇게 아름다웠다니.. 그저 계단에서 경치를 바라보고만 있는데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새벽에는 일출을, 저녁쯤엔 일몰을 이곳에서 보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답게 하루 종일 “다음에는.. 꼭.. ”이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몽마르트르 언덕 계단에 앉으면서도 “다음에는 새벽에 바게트 들고 와서 꼭 일출 구경해야지”라고 다짐했다.
더운 날씨 탓에 예정보다 조금은 일찍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가보고 싶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Bonjour, madame” 식당에 들어서니 웨이터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자리에 앉아 앙트레(식전 음식)로 어니언 수프와 메인 음식으로 오리 콩피, 그리고 레드와인 한 잔을 추천받아 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식당을 둘러보니 식당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점심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고, 나처럼 혼자 오신 분들도 곳곳에 계셨다. 혼자 오신 분들은 여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마침 휴대폰이 먹통 돼서 반강제로 나도 여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먼저 레드와인이 나왔다. 와인의 맛은 내 마음처럼 꽤 씁쓸했다. 그 씁쓸한 마음을 느끼고 있던 중에 어니언 수프와 바게트, 오리 콩피가 나왔다. 역시 음식은 너무 맛있었고, 와인이랑도 너무 잘 어울려서 입안이 행복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웨이터 분이 오셔서 디저트를 먹을 거냐고 물으셨다. 디저트는 먹을 생각이 없었기에 괜찮다고 했다가 정확히 3초 만에 크림 브륄레 하나를 달라고 했다. 왠지 여기서 디저트를 안 먹고 나가면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림 브륄레가 나오고 스푼으로 한번 내려치니 설탕 코팅이 부서졌다. 그리고 밑에 있는 커스터드 크림과 함께 떠먹었다. 그리고 나온 한마디. “헐 미친” 너무 맛있었다. 하나 더 시키고 싶을 정도였다. 달달하면서 씁쓸하고 부드러웠다. 먹지 않고 갔다면 정말 큰일 날뻔했다. 디저트를 먹을 거냐고 물어봐 주신 웨이터분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크림 브륄레를 싹싹 긁어먹었다.
마지막 날답게 기념품들을 사러 라파예트 백화점에 갔다가 너무 피곤해서 다시 숙소로 갔다. 숙소에서 에너지 충전을 하고 파리의 저녁을 즐기러 나갔다.
원래 해가 지고 같은 방에 묵는 분들과 함께 재즈바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나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후회를 했다. ‘힘들어도 재즈바 다녀올걸..’ 와인도 맛있고, 재즈도 너무 좋았다는 후기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그 후회로 또 하나를 배웠다. 여행 중엔 힘들어도 쉽게 보지 못하는 것은 꼭 가보고 해야 한다는 것. 속상했지만 그때는 정말 힘들었기에 그 후회를 조용히 묻기로 했다.
재즈바를 안 간 대신 바토무슈만 후딱 타고 오기로 했다. 바토무슈는 센 강에서 운행하는 유람선이다. 바토무슈를 타면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유람선 위에서 구경할 수 있다. 보통 일몰시간에 많이들 타지만 내가 갔던 시기에는 일몰이 저녁 11시라 그냥 7시쯤에 타고 후딱 귀가하기로 했다.
바토무슈는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파리의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해가 지기 전, 오늘 하루의 마지막 햇빛인 양 햇빛이 무지하게 반짝반짝했고, 그 햇빛이 비치는 파리는 정말 눈이 부셨다. 센 강을 가로지르고 있는 그 순간에 에어팟으로 흘러나오는 노래와 센 강에서 친구, 연인끼리 일몰을 준비하고 있는 그 모습들.. 모든 순간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 유람선이 지나가면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과 센 강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다. “여행은 즐거웠고 행복했니? 지금의 파리를 잘 기억해 줘. 잘 가”라고 말해주는 거 같았다. 정말 파리와의 작별 인사를 하는 거 같아 슬펐지만 마지막 일정을 바토무슈로 마무리 지어서 다행이었고, 그 선택을 한 나에게 뿌듯했다.
이렇게 짧디 짧은 나의 유럽여행이 끝이 났다.
Au revoir, Paris. 안녕,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