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해둔 지역이 없다면 미리 체험해 보는 것을 권한다. 나는 시골에 살고 있고 지금 너무 좋아 죽겠지만 그건 내 사정이다. 되짚어 보면 나 역시 고향에 돌아와서도 아파트에서 8년을 살았다. 처음엔 스스로 시골에 산다는 건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도 막상 이사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동’과 ‘리’는 생활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하다가 한순간에 꽂혀서 이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여행하면서 본 마을과는 일종의 '소개팅'을 한 셈이다. 소개팅은 서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한껏 꾸미고 예의 바르게 대화하는 자리다. 처음 만난 상대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 자신의 통장 잔고, 건강 상태, 평소에는 파스타 같은 건 안 먹는데 소개팅이라 먹어준거라는 속마음 같은 걸 줄줄이 이야기할까? 한 달을 살아도 두 달을 살아도 여행자는 자신과 같이 한동네에 사는 사람과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혹 1년을 지냈더라도 돌아갈 곳을 따로 두고 지낸 사람은 그 마을을 모른다.
그럼 어떤 식의 체험이 가능할까? 예쁜 집을 임대해서 놀다 가는 관광 상품 말고도 전국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보통 그런 프로그램은 그 도시에 대해 어필하고 싶은 매력을 총동원해서 만든다. 시 군청 관광과에서 진행하는 여행 프로그램, 농촌체험마을 같은 곳에서 진행하는 농촌살이 프로그램, 귀농귀촌 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지역살이,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청년 마을, 중년 마을 같은 사업들이다. 여기부턴 조금만 사이트를 뒤지고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다양하게 나온다.
"나는 A시 O면 O리에서 살고 싶은데 A시 시내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는 그 동네를 알 수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은 서울과는 다르다. 한 다리 건너가 다 아는 사람이라 그 마을까지는 아니어도 그 도시의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 또한 집에서 두문불출 마당의 풀만 뽑으며 살게 아니라면 그 도시에서 제공하는 문화예술 인프라가 어느 정도인지 겪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도시에서 즐길 거리가 무엇이 있는지를 아는 건 앞으로 나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면, 행정안전부에서 주최하고 퍼즐랩에서 주관한 <나다운 삶을 가꾸기 위한 소도시 생활백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충청남도 공주시를 중심으로 어디로 귀촌하면 좋을지, 어떻게 집을 구할지, 귀촌 후에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웃들을 잘 만날 수 있는지 등 귀촌 후의 실질적인 일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실제 공주시민들에게 듣고 물으며 체험하는 과정이다. 나 역시 공주시민으로서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그 과정 참여자들에게 직접 말씀드리고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당장 게스트하우스를 지을 준비를 하던 참여자가 일의 순서를 재점검하기도 했고, 막연히 시골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분이 배경을 이해하고 나서 두려움이 사라졌던 경우도 있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혹시 그 도시로 이주하기로 결정했을 때 기댈 수 있는 인연을 만들어 두는 계기도 된다.
생각지 못 한 곳에서 내게 맞는 도시를 찾을 수도 있다. 전국에서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아직 여유가 있다면 가능한 많이 시도하고 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