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벗어나 지방에서 살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것도 시골로 들어간 순간 지금까지 평생 해 온 일이 쓸모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그동안 해왔던 직업이 지겨워져서 일부러 덮고 새로운 일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지만 꼭 자기의 인생을 0(zero)로 만들 필요는 없다. 도시건 시골이건 사람 사는 건 매한가지라 크든 작든 인생을 살며 경험하고 배워온 것들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 분명히 오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몸 담고 일해봤던 분야가 있다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의 환경을 다시 한 번 분석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도시는 인구가 많고 집약적으로 몰려 있어 시장이 더 좋은거 같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하다. 지방에서는 거꾸로 인구는 도시보다 적을지 몰라도 경쟁이 덜하고 유행이 변하는 속도도 도시만큼 빠르지 않다. 도시에서 이미 한 번 해 본 경험이 지방에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도 있고, SNS가 발달하면서 그 지방의 고유한 색을 잘 입힌 경우엔 전국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실제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독립서점, 트렌디한 카페, 수공예 공방 등이 많이 늘었다. 게다가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으로 지방에서의 창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차별화를 해야 할까?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예를 들어보겠다.
1. 관광업 : 전문적인 로컬 여행사들은 그 지역의 골목골목을 엮어서 여행상품을 만들고 있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외부의 시선으로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찾아내 기획한 프로그램들이 각광받고 있다. 지역에서는 로컬 관광 상품 개발, 문화해설사, 숲 해설사, 동네 이야기꾼 양성 과정 등 다양한 교육 과정도 제공되고 있다.
2. 독립서점 : 요즘의 책방은 책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살롱 역할로 거듭나고 있다. 자신만의 북 큐레이션으로 개성을 나타내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과 독서회, 북토크, 작은 공연 등을 열며 사람들과 연결하는 일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3. 카페 또는 식당 : 지역 특산물을 가지고 요리 대회를 열는 등 관련 지원 사업이 여러 가지 있다. 그 지역의 로컬 푸드로 선보이는 메뉴는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추억과 함께 건강한 소비를 어필하기에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
4. 디자이너 : 예전에는 향토적인 느낌의 비슷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지방에서도 디자인과 홍보의 중요성을 많이 깨닫고 있어서 실력 있고 창의적인 디자이너의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그 지방의 문화와 특색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그 지역에서 거주한다는 게 장점이 되는 시대다.
특별하고 독특한 경력도 기술도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스스로 가진 걸 분석할 때는 자기 몸에 익힌 지식과 기술만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인맥도 모두 재산이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시골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보자.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는 지금까지 마트에서 별생각 없이 사 온 쌀, 깻잎, 참기름, 감자, 고추 등을 이제는 믿고 주문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것과 다름없다. 시골에 들어가고, 정착하고, 초보 농사꾼이 되어서 배우고, 농사를 짓고, 수확하는 그 과정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스토리다. 이 스토리를 꾸준히 SNS를 통해 알리고 관리하다 보면 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나만의 창구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조그만 공방이나 서점을 열었다고 해도 같은 지역민들만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면 시장의 한계가 명확하다. 내가 과거에 살았던 도시 친구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을 알리는 안내소로 스스로 역할을 만들 수도 있다. 한 골목 안에서 파이를 나누자고 들어온 경쟁업체가 아니라 외부에서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 오는 사람, 그 사람들을 그 골목의 여행자로 연결시켜 주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정보가 넘치고 유행이 빠른 도시 문화와 그에 반해 조금 천천히 진행되는 지방의 문화가 있다. 도시의 문화를 겪고 지방으로 이주한 자신이 어떤 강점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을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