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와 말소리는 달라요

말소리튜닝1

by 신미이

얼마 전 TV에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 때문이 아니라

사회자의 말소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짐문을 받겠습니다. 짐문은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분야로 나눠서 받겠습니다. 짐문이 있으신 기자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처음에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잘못 들었겠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제 귀가 이상한 게 아니었습니다.

사회자는 기자회견 진행 순서와 방법을 안내하는 내내, '질문'이라는 단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짐문'이라고 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다른 발음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귀에 거슬렸습니다. 사회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전문성까지 의심됐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자는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대의 울림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사적인 자리에서라면 음색이 좋다는 칭찬을 들을 법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목소리는 좋은데 말소리가 문제였습니다.


목소리와 말소리는 다릅니다.


목소리는 사람의 성대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입니다. 영어로는 보이스(voice)라고 하죠. 성대의 모양뿐만 아니라 목의 길이, 입과 코의 생김새도 목소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여성과 남성, 아이와 성인의 목소리가 다른 이유도 이 구조적인 측면 때문입니다. 즉, 목소리는 타고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천적인 측면이 강한 목소리와 달리, 말소리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말소리를 영어로는 스피치사운드(speech sound)라고 합니다. 즉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할 때 내는 소리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목소리는 성대에서 만들어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와 달리 말소리는 입과 혀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를 조음기관 혹은 발음기관이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말이 나오니 머리가 아프신가요? 걱정 마세요. 지금은 '아 그렇구나' 하고 그냥 넘기시면 됩니다. 나중에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사회자 이야기도 돌아가겠습니다.


이 사회자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것 같은 이른바 꿀보이스를 타고났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말소리가 부정확했습니다. 그래서 타고난 목소리의 장점을 부각시키지 못했습니다. 말을 할 때 입과 혀를

정확한 위치에 두지 못해 생기는 문제입니다. 즉, 조음기관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모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요? 배울 만큼 배운 사람 같은데.


우리는 모국어를 익힐 때 다른 사람의 말소리를 모방해서 발음하는 법을 배웁니다. 혀가 내 입속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익혀서 쓰고 있기 때문에 모국어의 말소리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건 당연합니다. 어릴 때 발음 습관이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부정확한 말소리를 내면서도 발음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합니다. 설령 문제를 인식하더라도 스스로 교정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회자 역시 자신의 발음에 문제가 있는지 몰랐거나,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교정하는 법을 몰라 저렇게 방치하고 있었을 겁니다.

25년 간 방송기자로 일한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터뷰하면서 말소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히, 말의 내용은 주옥같은데 말소리가 웅얼걸려서 전달력이 떨어지는 전문가들을 보면 속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말소리가 정확하고 분명하지 않으면 신뢰감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조율하듯이 말소리도 교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습관이 됩니다. 습관이 되어야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정확한 발음으로 신뢰감을 주는 말소리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말소리를 점검해 보세요. 부정확한 말소리를 내고 있다면,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습관이 되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정확한 말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그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서 자기와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를 믿고 따라오시면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말소리를 구사할 수 있습니다. 말소리가 좋아지면 일의 결과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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