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3
우리의 목은 관악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 관악기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목소리(voice)와 말소리(speech sound)를 관악기 비유를 통해서도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관악기는 바로 리코더입니다.
자, 지금부터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리코더를 불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먼저 리코더를 두 손으로 잡겠습니다. 리코더 가운뎃관에 8개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이 구멍을 지공이라고 부릅니다. 왼쪽 손가락은 가운뎃관 위쪽에 있는 지공에 올려놓습니다. 오른쪽 손가락은 아래쪽 지공에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입은 마우스피스에 댑니다. 이제 내 숨으로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공기가 마우스피스 안쪽에 있는 좁은 공깃길을 통과합니다. 비로소 리코더 본연의 음색이 만들어집니다. 이어서 지공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순차적으로 떼어보세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이때 손가락의 움직임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것은 운지법이라고 하죠. 손가락이 지공을 어설프게 막고 있으면 깨끗한 음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손가락을 잘못 떼면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음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저는 음악 시험 시간에 리코더를 불다가 일명 '삑사리'가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긴장하니까 손가락이 뻣뻣해지고 그래서 제 뜻대로 안 움직였던 거죠.
사람도 이런 관악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목과 입입니다. 성대에서 목소리가 만들어지고 입에서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목소리(voice)와 말소리(speech sound)를 구분해서 쓰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를 '말소리 생성 과정'을 통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과정은 폐에서 시작해 성대를 거쳐 입 즉, 조음기관에서 완성됩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를 관찰해 보세요. 숨을 내쉬면서 말을 합니다. 즉, 폐에서 공기가 올라와 입 밖으로 빠져가면서 말을 합니다. 숨을 들이쉬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 숨을 들이쉴 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자연스럽습니다. 숨을 들이쉬면서 말을 할 수 있다면 놀라운 재주를 가진 사람입니다. 폐에서 기도 밖으로 공기를 뱉어내는 것을 전문용어로는 발동(initi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말소리 생성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리코더를 연주할 때 마우스피스를 이용해 리코더 안쪽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공기는 기도 위쪽에 자리 잡은 성대에서 첫 번째 장애물을 만납니다. 성대는 그냥 말을 안 하고 숨만 쉴 때는 열려입니다. 그런데 소리를 낼 때는 닫힙니다. 공깃길이 좁아진다는 뜻입니다. 폐에서 올라온 공기가 이렇게 좁아진 틈을 뚫고 나옵니다. 이때 성대가 진동을 하면서 목소리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발성(phonation)이라고 부릅니다. 리코더를 연주할 때, 우리가 내뱉은 호흡이 마우스피스 안쪽의 좁은 공깃길을 지나면서 리코더 본연의 음색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것이 말소리 생성의 두 번째 단계입니다. 음색, 즉 나만의 목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말소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성대에서 변형된 공기는 목구멍을 거쳐 입을 통해 빠져 나갑니다. 하지만 이 공기는 입에서 두 번째 장애물을 만납니다. 우리말의 경우, 그 장애물은 입술뿐만 아니라 혀와 입천장의 상호작용으로 생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엄마'라는 단어를 소리 내어 보세요. 입술을 완전히 닫았다가 열어야 엄마라는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입술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절대 낼 수 없는 소리입니다. '다리'라는 단어도 소리 내 보세요. 혀 끝이 윗잇몸에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소리가 납니다. 다른 자리가 아니라, 바로 그 윗잇몸 그 자리에 붙었다가 떨어져야지만 '다리'라는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조음(articu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ㅁ' 소리가 나는 위치, 'ㄷ'소리가 나는 특정한 위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리코더를 불 때 손가락이 어느 지공을 막고 떼느냐에 따라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서로 다른 음을 정확하게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조음 된 소리를 말소리라고 부릅니다. 이 세 번째 단계에서 비로소 말소리가 완성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폐에서 올라온 공기가 성대라는 1차 장애물을 만나면서 변형되어 목소리가 만들어집니다. 그 목소리가 목구멍을 통해 입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혀와 입술이라는 2차 장애물을 만나면서 말소리가 완성됩니다.
즉, 목소리는 말소리의 재료가 됩니다. 말소리는 목소리라는 재료를 가지고 빚은 완제품입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어도 그 재료를 잘 다루지 못하면 재료 값도 못 하겠죠. 마찬가지로 아무리 목소리가 좋아도 말소리가 엉성하면 전달력과 신뢰도 즉 말의 가치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말소리는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그 방법을 차근차근 소개하겠습니다.
이것 한 가지는 꼭 기억해 주세요.
바로 큰소리로 말하기입니다. 상대방에게 들리는 내 목소리는 내 귀에 들리는 것보다 작게 들린다고 그 이유까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제 위에서 설명한 말소리 생성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셨다면 말할 때 호흡을 크게 해야 하는 이유도 이해가 되실 겁니다. 말소리를 키우려면 목소리를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키우려면 폐에서 내뱉는 호흡을 크게 해야 합니다. 들이쉬는 호흡이 커야 내뱉는 호흡도 크겠죠. 공기의 흐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리코더도 크게 연주하려면 강한 숨을 불어넣어줘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