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소리튜닝 40
글에서 쓰는 말투와 일상적인 대화에서 쓰는 말투는 다릅니다.
글에서 쓰는 말투는 '문어체'라고 하고, 대화에서 쓰는 말투는 '구어체'라고 하지요.
문어체는 책이나 보고서, 공식적인 발표문에 사용하기 때문에 어휘와 문법이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반면, 구어체는 문어체보다는 형식이 자유롭습니다. 생동감 있는 표현을 선호합니다.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면 문장의 어순을 바꾸거나 생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사말처럼 말하기를 목적으로 쓰는 글은 당연히 '말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글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어느 대학 총장의 인사말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대학은 창의적인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창업지원과 활발한 정보 교환, 산학협력을 통해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나아가 창업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누가 읽어도 문어체로 되어 있습니다. 단지, 서술어를 '있다'에서 극존칭 '있습니다'로 바꿨을 뿐입니다.
'문어체+습니다' 형식이 되어 버린 것이죠.
그럼 왜 이렇게 됐을까요?
말을 쓰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행위 때문에 스스로를 자꾸 문어체의 틀에 가둬 버리는 것이지요.
그럼 문어체의 감옥에서 탈출해 보겠습니다. 원문을 제가 이해한 맥락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창업에도 도전하세요/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 보세요./
대학이 돕겠습니다./
창업의 전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체와도/ 손을 잡겠습니다./
두 개의 긴 문장을 여섯 개의 단문으로 쪼갰습니다. 주어와 서술어의 거리가 가까워졌습니다.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리듬이 살고, 말의 의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제, '글로 된 인사말'과 '말로 된 인사말'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그런데 수강생들에게 말쓰기를 해보라고 하면 계속 글을 써옵니다.
입으로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구어체가 손으로 말을 쓸 때는 잘 되지 않는 거지요.
그럴 때는 이렇게 해보세요.
일단 하고 싶은 말을 적으세요.
그리고 쓴 대로 말해 보세요. 이때 바로 앞에 내 말을 듣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야 해요.
평소 여러분이 하는 말투처럼 들린다면 '말쓰기'를 아주 잘한 겁니다.
그런데 뭔가 책을 읽는 듯한 말투로 들린다면 '글쓰기'를 한 겁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입으로 먼저 하고 싶은 말을 해보세요. 그리고 그 말을 적어보세요. 그럼 한결 '말쓰기'가 쉬워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