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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끊어 읽기'

말소리튜닝 41

by 신미이 Mar 03. 2025

  책이나 글을 소리 내서 읽을 때 말소리가 부자연스러워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끊어 읽기'를 잘 못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끊어 읽어야 할 곳에서 끊지 않고, 끊지 않아야 할 곳에서 끊어 읽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극단적인 예가 하나 있지요.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1)"아버지가 (숨) 방에 들어가신다."

2)"아버지 (숨) 가방에 들어가신다."


1)은 자연스럽습니다.

2)는 어떤까요? 두 가지 의미로 들립니다. 하나는 아버지가  누구의 가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방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들리고, 다른 하나는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누군가가 아버지의 가방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끊어 읽기만으로도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끊어 읽는 곳은 숨을 쉬는 곳입니다. 어디서 숨을 쉬느냐에 따라 의미가 하늘과 땅차이로 달라집니다. 끊어 읽어야 할 곳에서는 숨을 쉬어 잠깐 멈추고, 끊지 않아야 할 곳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어야 자연스럽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끊어 읽기를 잘해야 음보가 생깁니다. 끊어 읽는 단위를 음보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어디서 끊어 읽어야 의미 전달이 잘 될까요?


우리말 문장의 기본 문형을 다시 살펴봅시다.

기본 문형은 군더더기 없이 단순합니다.

 

a. 주어+서술어

b. 주어+부사어+서술어

c. 주어+보어+서술어

d. 주어+목적어+서술어

e. 주어 +목적어+부사어+서술어


이럴 때는 주어 뒤에서 한번 끊어 읽고 나머지는 단숨에 읽으면 자연스럽습니다.

이렇게요.

 

a. 주어/ 서술어/

b. 주어/ 부사어+서술어/

c. 주어/ 보어+서술어/

d. 주어/ 목적어+서술어/

e. 주어/ 목적어+부사어+서술어/


a. 사람이/ 많습니다./

b. 엄마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c. 송이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d. 진수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e. 사람들은/ 그를 천재로 여깁니다./


이렇게 짧은 문장은 끊어 읽는 구간 없이 단숨에 읽어도 자연스럽습니다.


a. 사람이 많습니다./

b. 엄마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c. 송이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d. 진수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e. 사람들은 그를 천재로 여깁니다./


하지만, 문장이 길어지면 달라집니다.

각각의 문장은 꾸미는 말이 더해지면서 아래처럼 확장됩니다. 좋은 의미로는 풍성해지는 거죠.


a'.  {꾸미는 말+주어}+서술어

b'.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부사어}+서술어

c'.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보어}+서술어

d'.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목적어}+서술어

e'.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목적어}+{꾸미는 말+부사어}+서술어


 이렇게 문장이 확장되면, 주어 뒤에서는 꼭 끊어 읽어야 의미 전달이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도 소리 내서 같이 읽어 보세요.


a'. {꾸미는 말+주어}/서술어

우산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b'.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부사어}+서술어

우산이 없는 사람이/ 비좁은 승장장에 앉아 있습니다./


c'.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보어}+서술어

파란 우산을 쓴 사람이/ 우산을 파는 사람은 아닙니다./


d'.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목적어}+서술어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우산을 삽니다./


e'. {꾸미는 말+주어}/{꾸미는 말+목적어}+{꾸미는 말+부사어}+서술어

우산을 파는 사람은/ 창고에 쌓아둔 우산을/ 현금보다 값진 보물로 여깁니다./


a'~d'까지는 주어 뒤에서만 끊어 읽었습니다.

반면, e'는 목적어 뒤에서 한번 더 끊어 읽었습니다. 문장이 길면 끊어 읽는 구간이 더 생기게 됩니다. 단숨에 읽으려다가 숨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도 끊는 방법은 있습니다. 문장이 길어질수록 '의미의 덩어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의미의 덩어리'는 끊지 말고 한숨에 읽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의미의 덩어리'를 한 음보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래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됩니다.


'의미의 덩어리'가 무슨 말인지 문장 e'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1) 우산을 파는 사람은/ 창고에 쌓아둔 우산을/ 현금보다 값진 보물로 여깁니다./

2) 우산을 파는 / 사람은 창고에 쌓아둔/ 우산을 현금보다 값진/ 보물로 여깁니다./


1)처럼 읽는 사람도 있고, 2)처럼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장 e'는 1)처럼 끊어 읽어야 맞습니다. 의미의 덩어리를 한숨에 읽었습니다.

'우산을 파는 사람' , '창고에 쌓아둔 우산', '현금보다 값진 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 덩어리입니다.

의미의 덩어리는 '꾸미는 말+꾸밈을 받는 말'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지요.  

'우산을 파는+사람', '창고에 쌓아둔+ 우산', '현금보다 값진+보물'처럼 말이지요.  


반면, 2)처럼 끊어 읽으면 의미전달이 잘 안 됩니다. 의미의 덩어리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산을 파는/ 사람', '창고에 쌓아둔/ 우산', '현금보다 값진/ 보물'처럼  하나의 의미 덩어리 중간을 싹뚝 끊어 버리면, 문맥이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문장이 길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읽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요?

있습니다. 실제로 많습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일종의 규칙처럼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규칙1: 주어 뒤에서는 꼭 끊어 읽는다.

규칙2: 끊어 읽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단숨에 읽는다.

규칙3:  '의미의 덩어리'는 한 호흡으로 읽는다.

규칙4:  문장이 길어지면 끊어 읽는 구간이 늘어난다.


다음 글에서는 책속의 문장을 가지고 끊어읽기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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