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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Dec 25. 2022

샤갈을 좋아하세요?

진실된 예술은 사랑 안에서만....

교제하는 사람들과 지금 읽고 있는 책,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지금부터 5년 뒤에도 당신은
오늘과 똑같은 사람이다.


찰스 존스의 이 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계절에  참으로 시의적절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마음을 환하게 비춰주는 거울 같은 '사람과 책'이 있다면 삶은 언제나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당장 내일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어찌 보면 5년 뒤의 나도 지금의 나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타고난 성향이란 게 꼭 귀소본능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법이니까.


2019, 파리, 퐁피두센터, 샤갈 특별전


A poet with the wings of a painter, Marc Chagall 

화가의 날개를 가진 시인, 경이로운 감성의 소유자,

마르크 샤갈!!


당신도 샤갈을 좋아하나요?


그의 그림은 언제봐도 아늑한 동화같고, 깨고 싶지 않은 예쁜 꿈 같다. 매일매일을 축하하고 싶은 그림. 나는 그런 샤갈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직접 보고 싶어,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그림이 있는 뮤지엄들을 참 많이도 찾아다녔다.

 니스 샤갈 미술관, 하꼬네 폴라미술관-피카소와 샤갈 특별전, 뉴욕 모마미술관


그 중에서도 넘버원은 바로  Les Maries de la Tour Eiffel 에펠탑의 신랑과 신부! 내가 참 오랫동안 애정하는 이 그림은 파리, 퐁피두 센터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핫한 인기 작품이라 그런지 사실 갈 때마다 해외 순회중일 때가 많았다. Serendipity!(의도하지 않았는데 얻게 된 행운이나 예상치 못한 성공을 가리키는 말) 운 좋게 이번 파리 여행 중에는 오랜만에 자기 집을 지키고 있던 에펠탑의 신랑 신부를 만났다.

에펠탑의 신랑과 신부, c.1939, Centre Georges Pompidou
에펠탑의 신랑과 신부, c.1939, Centre Georges Pompidou
마을 위에서, c.1914-18, Tretiakov Gallery

샤갈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처럼,

봄날에 흐드러진 찬란한 꽃잎들처럼,

시적 poetic이고 아름답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예술가들이 있진 하지만
이 남자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은 없다.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술가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 마음이 나에게 닿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 그러나 내가 아는 화가들은 자기
주위의 공기조차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그림자가 되어 나를 따라다니는
이 예술가는 반짝이는 별과 같다.
벨라, 샤갈에 대해
마르크 샤갈, 산책, c.1917, 국립러시아 박물관

친구 테아집에 놀러온 열 세살의 벨라는 샤갈을 본 후의 느낌을  <첫 만남> 이라는 산문에 이렇게 썼다. 샤갈을 늘 반짝이는 별처럼 바라보는 벨라의 시선이 이 예술가에게 더 크고 더 빛나는 세계로 통하는 창을 열어 주었으리라.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들,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들을 서로 공감할  있다는 .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험난한 세상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리고  믿음들이 켜켜이 쌓여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때로는 형용색색 아름다운 색을 입혀주리라! 샤갈의 그림에는 그런 이야기의 힘이 있다.

푸르른 날, 파리 오페라, 팔레 가르니에

샤갈의 천장화, 꿈의 꽃다발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파리가 좋다고 하면 너무 오버일까요?

팔레 가르니에, 샤갈의 천장화, 꿈의 꽃다발 부분 샷
 My paintings are my memories
나의 그림들은 나의 추억들이다.


'나의 그림들은 나의 추억들이다.' 라는 이 낭만 화가의 고백처럼 나도 오늘 하루의 기억을 오롯하게 담아두고 싶다.

예술가란 모름지기 영혼을 팔아 자신만의 유일한 세계를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세상 유수히 많은 예술가들의 수 만큼 우리는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모노톤의 지루라고 따분한 이 세상에 숱한 예술가들의 마음과 재능이  담긴 작품들을 이 평범한 나날에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샤갈의 화집을 보다가, 신부가 될 동료에게 이 그림을 폰으로 찍어 보내준 적이 있다. 에펠탑의 신랑과 신부. 사랑과 기쁨의 아름다운 심포니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금도 에펠탑을 배경으로 웨딩 스냅숏을 찍으러 오는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플들만큼이나!

에펠탑의 신랑과 신부, c.1939, Centre Georges Pompidou

벨라와 만난 지 무려 6 년 만에 결혼한 샤갈은 당시의 행복한 마음을 화폭에 반영했다. 이것이 샤갈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 로맨틱한 화가에게 있어서 아내 벨라는 '자신의 뮤제이자 그림 그 자체'였으니까!. 그녀와 함께 우주 저 너머까지 함께 날아갈 태세로 말이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어 준 적이 있나요?


자기 내면의 이미지들을 화폭에 늘어놓는 샤갈의 글과 그림은 내게도 늘 크고 작은 영감을 준다. 샤갈의 색채는 아름답다. 신 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몰래 훔쳐와 자신의 그림에 마구 뿌려 놓은 것처럼.


올 가을에는 샤갈의 푸르름과 닮아 있는 남프랑스 지중해의 니스로 다시 가보고 싶다. 그곳엔 샤갈 뮤지엄도, 샤갈의 마을 생폴 드 방스도 있으니까. 벌써부터 샤갈의 새로운 이야기에 맘이 설렌다. By Sarah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유한한 것이므로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사랑과 희망의 색깔로 인생을 채색해
나가야 한다. 이런 사랑 안에 삶의
사회적 논리와 모든 종교의 핵심 내용이
들어있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예술에서도
사랑이 바탕이 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인생에서나 예술에서나 모든 것은 변한다.
우리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입 밖으로 낸다면...
진실된 예술은 사랑 안에서만 존재한다.
마르크 샤갈

파리,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에서 바라본 해질 녘의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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