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 생가에서는 일기가 쓰고 싶다
햇살 맛집에서 보내는 토요일 오후
완벽하진 않아도ㅡ 완전한 하루!
완벽하진 않아도 완전한 하루를 보낸 날은 마음이 풍선처럼 가볍다.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첫 번째 버킷 리스트가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Passy 파시 방향으로 향할 때, 창밖으로 스치는 에펠탑 보는 것을 좋아한다. 눈부신 철탑 너머로 흘러가는 오후의 빛은, 파리의 낭만이란 게 꼭 현실의 한 장면 속에 스며드는 영화 한 컷 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아! 내가 있는 곳이 파리 구나!
일상의 오후, 파시의 고요 속으로
지하철에서 내려, Passy 조용한 주택가 골목을 따라 걷는다. 관광객의 발자국보다 새소리가 먼저 들리고,
길모퉁이를 돌면 오래된 돌계단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 그 길 끝에 발자크 생가(Maison de Balzac)가 있다.
문패 하나조차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거장의 세계’가 압축되어 있다. 그가 인간희극(La Comédie humaine)을 써 내려간 책상, 손때 묻은 원고, 그리고 늘 끓여 마셨다는 커피 냄새가 남아 있는 듯한 오래된 공기.
정원에서의 사색
나는 정원 벤치에 앉았다. 에펠탑이 보였다. 파리 유명 관광지의 상징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배경으로 서 있는 고요한 조형물처럼. 뜨거운 오후의 햇살은 잔디 위에 금빛을 흘리고, 바람은 묵직한 생각 하나를 털어냈다. 이 순간, 나는 ‘시간의 소음이 사라진 오후’에 앉아 있었다.
발자크는 말했다. “현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은 단순한 진심으로 살아간다.”
그의 문장은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현미경 같았다. 사람들의 욕망과 허영, 사랑과 고독이 모두 한 편의 희극처럼 엮여 있었다. 그 속에서 그는 ‘진짜 인간’을 탐구했다.
햇빛 마사지 같은 오후
정원에 앉아 있으면 햇살이 어깨 위로 살짝 내려앉는다. 파리의 햇빛은 따뜻하다기보다 사려 깊다. 그 빛이 내게 말하는 듯했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 모든 생각은 결국 제때 도착하니까.”
그 한 줄의 위로가, 발자크의 문장보다 더 발자크적이었다. 인간희극 속 문장, 나의 오늘에 닿다
발자크는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통찰을 남겼다. 그의 문장들은 지금 읽어도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다.
행복은 큰 사건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이어지는 평범한 기쁨이다.라고....
이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문득 내가 파리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도시는 ‘생각이 자라는 시간’을 내게 선사해 준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고, 모든 풍경이 사유로 변하는 이 도시를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
고요 속의 거장
발자크 생가의 문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다시 이 natural 한 정원을 돌아보았다. 그가 매일 마셨던 커피의 향이 지금의 파리 카페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사유의 본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예술은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사유의 과정이다.라는 발자크가 남긴 그 정신은 파시의 오후 바람처럼, 나의 일상에도 잔잔히 스며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