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백수 탈출기
2. 회계원리
주택관리사 시험에 도전하고자 했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회계원리였다.
80%가 계산 문제였고 수학은 내 인생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 공부를 안한 정도가 아니라,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대학을 가겠다고 아무 의미 없는 숫자들을 가지고 애쓰는 아이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내가 제대 후 서울대를 가겠다고 신림동 고시원에 수학정석 한 권을 사들고 들어갔다.
수학에 대한 공포를 뛰어넘기 위해 정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문제도 빼놓지 않고 풀기로 작정했다. 이해를 못 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한 문제를 가지고 씨름했다.
모조리 풀어서 이해한다면 수학에 대한 공포만은 없앨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엔 인수분해나 분수 계산에서 막혔지만, 그렇게 5개월가량을 보내니 끝까지 다 풀 수 있었다.
입시 준비의 절반은 거의 수학 공부를 한 것 같은데 결과는 참담했다. 그 당시 55점 만점에 네 문제를 맞혔고 8점이었다. 모의고사는 대충 찍어도 20점 이상은 나왔는데 내 인생 발목을 잡는 듯했다.
이렇듯 수학은 내 인생과 친하지 않았기에 회계원리는 너무나 큰 산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2개월 정도 죽어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는데 역시나 아니었나 보다.
모의고사를 보는데 단 한 문제도 풀 수 없었고 그 옛날 학력고사 트라우마가 올라오는 듯했다.
사실 나는 계산은커녕 그냥 어떤 물건들을 셈할 때도 계속 틀릴 정도로 숫자에 약하다.
그런데 뭔 자신감이었는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너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내가 젊어서 이 시험을 포기하면 안 되거나,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면 더 크게 절망했을 것이다. 여기서 멈춰도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오히려 홀가분하니 말이다.
물론 고시공부 2년 하다 포기했을 때처럼 공부머리 없음이 허탈하다. 다행히 아이들은 나를 닮지
않고 엄마 머리가 간 것 같다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