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관리사

중년 백수 탈출기

by 일로

1. 주택관리사


아내가 신설팀에 들어가 좋은 급여와 근무 여건이 만들어지며 내 백수 생활은 더 편안했었다.

아내를 일주일에 한 번씩 회사에 데려다주고 서울대 캠퍼스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중년 여유를 만끽했다.

그러던 올 3월에 갑자기 팀이 해체되면서 일반 교사로 가게 되었다. 기존 일로 돌아간 것이지만 급여가

깎이고 예전 업무를 하는 것이라 아내가 힘들어했다.


원래 받던 월급이었지만 톱니효과 때문인지 작게만 느껴졌다.

아내는 이 참에 퇴사를 고민했지만 아무런 수입이 없는 형편에서 무작정 퇴사는 할 수 없었다.

거기다 마을금고에 갖고 있던 여유 자금도 거의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아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면 더 이상 나도 속 편히 놀 수만은 없었다.


여기저기 구인 광고를 찾아보고 이력서를 보내 봤지만 녹록한 자리는 없었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은 경비 아니면 주차관리인데 거의 맞교대여서 정상적인 생활은 어려웠다.

적어도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면 출퇴근이 확실하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에듀윌 강의를 끊고 교재를 신청해 공부를 시작했다.


1차 시험까지 3개월가량 남아있어 열심히 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3월 20일경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보통 아침 9시에서 밤 11까지 밥 먹는 시간을 빼고

계속 책상에 앉아 있었다. 뭐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달렸다.

그렇게 2개월가량을 보내니 온라인 강의와 교과서, 문제집을 두 번 이상씩 볼 수 있었다.


2개월이 지나 5월 중순 경 모의고사를 봤다. 적어도 40점 이상은 나올 줄 알았는데 거의 찍은 것과 다름없는 점수가 나왔다. 워낙 공부머리가 없고 기억력도 많이 약해졌겠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앞으로 1개월 남은 시험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년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 아파트 관리소장님이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에 합격해도 취업도 쉽지 앓고, 막상 취업을 해도 내 적성과는 맞지 않을 거라는 걱정도 있었다.

평생 밥벌이를 위한 일을 하며 살았는데 마지막 도전마저 나와 맞지 않는 직업이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모의고사 점수를 확인하고 실망보다는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도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고 차라리 잘됐다고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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