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백수 탈출기
그동안 잘 놀았다. 아내가 5년 전 일을 시작하고 자영업을 정리하고 남은 돈을 가지고 썼다.
아니 그 돈은 다 쓴 지 오래고 그동안 매달 적자로 꾸역꾸역 살아왔다. 다행히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로
운 좋게 버티며 살아왔다. 그러다 그 돈들도 바닥이 보이자 발등에 불이 떨어져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더 이상 아내 수입만 의지할 수 없어 뭐라도 해야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내 나이엔 몸으로 때우는
경비 아니면 주차 일자리뿐이다.
대부분 주야 교대 근무여서 자신이 없고 조건이 좋은 곳은 지원 경쟁률이 엄청 높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세월 좋은 얘기 하던 때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한 치 앞도
못 내다 보는지 부끄럽다. 한편으론 지금이 가장 젊다며 죽기 전에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욕망이 올라
오지만 무책임하다. 아내가 일해야 한다면 나도 놀수 없는 것이다. 3년 전 한번 쓰러진 이후 건강
핑계를 댔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사오년 후엔 뭔가 대안 생길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이들 학업도 남아있고 나도 일할 수 있다.
적어도 60살까지는 일 하는 것이 내가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백수 시절도 그림을 안 그렸다면 그림은 내 욕망일 뿐인지 모른다. 그동안 나는 현실을 외면한 백수였다. 무슨 재벌이나 되는 양 더 이상 돈은 필요 없다고 외쳤으니 말이다. 아마도 지금 내 모습이 중년들의 현실일 것이다. 일정한 현금 유입이 없으면
갖고 있는 돈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 내기 때문이다.
어제 고용 24에 이력서를 만들고 이곳저곳에 지원을 했다. 나 스스로도 사무 보단 몸을 쓰는 일이
편할 것 같다. 오늘은 자양동에 가서 주택 재계약도 하고 몇개월 신경 쓴 상가계약 해지 분쟁도
마무리했다. 사실 지난주 일정이었는데 아내의 노로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연기되었다. 그동안 억지부리던
계약자도 마침 오늘 전화가 와 순순히 열쇠를 주고 돌아갔다. 모든 것이 협력해서 선을 이루듯, 중년 백수
현타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