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어제는 기나긴 하루였다. 하루 종일 형들과 어머님을 만나 이야기했다.
오전 11시에 큰형을 만나 3시간 얘기하고 점심을 먹고, 작은 형과 다시 3시간을 얘기했다.
저녁때는 어머님을 만나 2시간을 얘기했다. 다행히 다들 내 말을 수긍해 주었고, 나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쏟아 낼 수 있었다. 우리 삼 형제의 상속 재산 이야기는 36년 전부터 시작해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내 할 일을 한 것 같아 힘들었지만 보람되었다.
발단은 지난 글 내용대로 하기로 작은 형이 나와 약속을 해놓고, 다시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불안했는지 엊그제 어머님을 찾아가 아들 딸들과 함께 읍소를 했단다. 어머님이 아빠 잘못
만난 손자, 손녀를 불쌍히 여겨 마음이 약해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님 심장이 안 좋으니 제발 어머님 스트레스받지 않게 조심하라는 내 말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어머님은 형제들 몰래 아파트 상속을 작은형에게 한다는 공증을 약속했다는 것이었다.
다음날 나에게 간밤 사건을 말해주며, 그 자리에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없었다며 도움을 요청하셨다.
아무 걱정 하지 마시라며, 어제 형들을 만나 다시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했다. 작은형은 어머님께
한 일들을 내가 모르는지 알고 능청을 떨었고, 어머님이 싫다는데 끝까지 모시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모습도
안타까웠다. 모시기는커녕 어머님이 집을 내주고 공과금까지 책임지며 부양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어머님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노인정에 있다가 밤늦게 들어가 잠만 집에서 주무시니 말이다.
작은 형은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 절박함에 내 말을 못
믿고 무리수를 둔 것 같다. 동생이 많은 양보를 하며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했던 것 같다. 큰형에게는 최근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며 어머님 의사를 알렸다. 작은 형에게는 공증해 놔도 유류분 청구
소송하면 66% 밖에 못 가지니, 70%를 주겠다고 하였다. 새로 살 어머님집도 작은형에게 70%를 줄 수 있게 큰 형을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어머님께 오늘 한 얘기들을 전부 말씀드리니 무척이나 흡족해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