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악몽 2019년 12월 9일
요즘 며칠 잠을 자면서 악몽을 많이 꾼다.
그러다 보니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손과 발을 휘젓기도 한다.
내 잠재의식 속에는 누군가에게 억울한 피해를 당하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는 불안이 있다.
학창 시절이나 군대에서 난처했던 상황들이 아직도 꿈에서 나타난다.
조금도 타인에게 원망을 듣거나 미움을 받으면 안된다는 강박이 있는 것도 같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한테도 이런 감정이 드니 말이다. 특히 아내가 바라는 일을 해주지 못하면 나를 속으로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먼저 아내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저녁때 아내가 잠자리에 누워 발리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미용실 원장이 발리에 갔다 왔는데 너무 좋았다고 했다며 아이들 방학하면 갔다 오자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엔 고시원을 모두 정리한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좋다고 설레발을 떨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발리에 가면 그냥 해변에서 휴양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식어 버렸다.
동시에 또 안 갈 핑계만 찾는 찌질한 남편이라고 아내가 비난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억지로 발리에 가게 되어 가족들과 갈등을 일으켜 외톨이가 되는 상상을 하며 잠이 살짝 들었다.
잠들자마자 그 감정과 비슷한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꿈에서 군대 선임 두 명이 내 침대 옆에 붙어 자며
나를 괴롭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악몽을 꾸다가 잠에서 깨었다. 잠에서 깨어 잠이 오지 않자 느닷없이 발리 가고 싶다고 한 아내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다른 곳을 가자고 하던지, 발리는 별로일 것 같다고 하면 된다. 괜히 핑계를 찾다 보니 멀쩡한 발리섬과 아내의 생각을 비난하다가 말다툼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항상 이런 식으로 아내와 싸운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내 의견을 따라 줄 아내임에도 불구하고, 핑계를 찾아 설득하려다 아내의 반응에 낙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못난 성격 탓에 가족 여행을 가면 혼자 삐져 있을 때가 있어 아내를 불편하게 했던 적이 많았다.
이정도면 괜찮은 중년의 모습이라 위안하며, 비난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서 이제는 벗어나 보자.
나부터 남을 비난하지 않아야 남들의 비난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찌질한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부족한 나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