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불운도 경험으로 삼켜보기

돈주고도 못할 경험

지금은 뉴질랜드,,


아이 방학을 이용해서

한국에 다녀왔던 지난 이야기이다.


한국에 가는 것을 고민했었다.

남들은 일부러 해외에 나가는데

왜 한국으로 오냐는 엄마의 의견이었다.


"애한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건
엄마와의 교감이지 영어가 아니야"


더 이상 아내는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내의 말 때문이었을까?

뭔가 한국에 가기 전까지 갈 마음의 준비도

짐도 안 싸고 있었다.


그렇게 방학의 시작,

뉴질랜드의 긴 겨울의 끝을 알리는

봄이 오는 시기가 되었고,

우리가 방문하는 한국은

추석이 끼어있는 황금연휴였다.


뉴질랜드에서 교민들, 학생들도 많이들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대한항공 오클랜드 인천 좌석이 거의 만석이었다.

공항 주차도 모두 Full.


결국에

공항 주차예약도 늦게 해서 공항에서 멀리

비용도 비싸게 처음 가보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의 출발시간도 빨라졌다.


비행티켓도 좌석이 만석이라

결국엔 오버부킹까지 된듯하다.


불안해서

출발 전에 프레스티지 좌석도 함께 예약을 하였다.


아이에게 하루 전에 내일 우리의 일정을

알려주면 아이는 잘 따라와 주는 편이다.

이날도 새벽같이 깨웠지만

잠투정 없이 일어나서 옷 입고

자기가 챙겨야 하는 부분들을 완벽하게 해 준다.

고맙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오클랜드 국제공항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새벽같이 나와서 쉬지 않고 운전을 해야

가능한 스케줄이다.

게다가 늦게 예약을 하는 바람에

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주차장에 예약을 했어서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야 했다.  


큰 이벤트 없이 공항에 잘 도착했고,

제공해 주는 공항셔틀을 타고 국제터미널로

이동하는데 예상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다.

조금 일찍 출발하기를 잘했네…


휴..


공항에 들어서서 대한항공 창구에 가서

티켓팅을 하기 위해 기다린다.

줄이 길지 않고 한 두 명 있는 걸 봐서는

우리는 티켓팅 거의 끝자락으로 도착한 듯했다.


‘이코노미 좌석이 있을까?’

만석이라 어려울 줄 알고 있었는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직원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한다


상황을 물어보니 갈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였다.

오~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프레스티지석은 바로 취소한다.


그리고

다시 오라고 한 시간에 다시 창구로 가본다.


직원들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또 기다리라고 한다.


다시 한 직원이 나에게 와서

프레스티지랑 이코노미랑 같이 예약이 되어 있었기에 프레스티지석 두 자리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 예약이 취소가 되었는데 맞냐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코노미가 가능하다고 한 줄 알고

프레스티지를 취소하였는데

서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되었던 것이다.


헉..


다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시간은 흐르고 마음은 급해진다.


다행히 잠시 후 탑승수속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우리를 위해 이코노미에 있는 손님들 중 2명을

업그레이드 해 주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린듯했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이다.


우리의 자리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앞뒤도 아니고,

한 명은 맨 앞쪽,

다른 한 명은 제일 뒤쪽이라는 거다.


아이는 당혹감에 눈만 땡글땡글..


방법이 없다.


아이에게 차분하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을 해준다.

그래도 비행기를 많이 타보았고,

장거리 노선도 꽤 많이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딸아..

하나는 창 측이고,
하나는 복도 측이야.
어디에 앉을래?


창  측에 앉을래.

근데 아빠.
옆사람한테
한번 바꿔달라고
해보면 안 돼?


응 알겠어.


제일 늦게 탑승수속을 마쳤기에 패스트트랙으로

속전속결로 게이트까지 갈 수 있었다.(이건 좋네)


이미 탑승을 시작하고 있었고,

나는 자리를 바꾸는 것에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탑승을 했다.

앞자리에 있는 옆자리는 젊은 여자승객이 있었는데

이미 어메니티를 다 풀어서 자기만의 공간으로

다 정리가 되어 있었다.


‘아.. 안 되겠다..’


뒷자리로 가보자.


뒷자리를 보니

한 중년의 여성이 우리 옆자리에 있었다.

그래 이분에게 요청을 해보자.


저 죄송한데
자리가 떨어져서 그런데
자리를 바꿔주실 수 있으실까요?


죄송해요 저도 애랑 같이 있어서요.


옆을 보니 남자아이 두 명의 어머니셨다.


아 네.


다시 앞으로 가본다.

무조건 물어봐야 한다.


눈까지 가리고 자려고 자세를 취했다.


‘아.. 안 되겠다. 이미 세팅이 끝났어..‘


ㅠㅠ


그렇게 말도 못 하고 아이와 떨어져서

가야 한다는 직감이 들었다.


딸아

어떻게 할래?
혼자 앉아서 갈 수 있지?



비행기 앞쪽이
진동이 덜하고 더 좋은데
어떻게 할래?


난 창가에 앉을래


그래


뒤편에 있는 좌석이 창가 쪽이라 딸과 움직였다.

아이를 잘 앉혀주고 나도 앞쪽으로 이동하여

내 자리에 앉았다.


11시간 50분 비행시간이 나왔는데

아이와 떨어져서 가다니..


‘괜찮을까?..’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상황을 인지한 승무원분께서도 안타까워

해주시면서 더 신경을 많이 써주기로 하셨다.


비행기 뜨면
침 삼키고,
물도 계속 조금씩 먹어서
귀 안 아프게 해.

알았지?



비행기가 이륙 후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지자마자 나는

아이를 보러 갔다.


아이는 편안하게 어린이 영화를 보고 있었고,

옆 좌석의 어머니가 해주신 듯 소지품도

안정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휴 다행이다.


사실 이 정도는 아이가 비행 경험이

많기 때문에 걱정이 좀 들했는데,

식사가 또 걱정이 되었다.


평소에 식사를 늦게 하고

비행기에서의 식사는 기류상태에 따라 흔들리기도,

또 뜨거운 국물이 있기도 하기에 걱정이었다.


하지만 식사 서비스가 되면 앞쪽에 있는 좌석선반과서비스를 하시는 승무원분들의 카트 때문에

내가 가서 볼 수가 없었다.


첫 식사는 앞쪽에서부터 제공을 해줘서

먹는 듯 마는 듯 입속에 털어 넣고 승무원분들의

카트가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아이에게 갔다.


걱정도 잠시,,

옆에 계신 어머니가 뚜껑도 다 친절히 열어주시고 본인의 두 아이를 챙기면서 내 딸도 같이 챙겨주고 계셨다.


어휴 감사헤라.


복도에서 마주친 승무원분께서도

본인들이 챙겨줄 게 없을 정도로

애가 잘 있고 옆에서 잘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휴 다행이다..


그렇게  무사히 긴 시간을 날아서

한국에 잘 도착을 하게 되었다.


어땠어? 괜찮았어?



다음에 또 그러면 할 수 있어?

.....

(고민을 하더니 힝 하고 나에게 안긴다)



알아보니

만 5세부터 혼자 국제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대신 만 11세까지는 보호자 비동반 소아(Unaccompanied minor)

서비스를 신청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해도

9살짜리 아이를 혼자 장거리 비행기에 맘 편히

태워 보낼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근데 난 보낼 수 있겠다.


이번 경험을 보면,

옆에서 좋으신 분이 많이 도와주신 게 제일 컸지만,


딸이 긴 시간 동안 아빠 옆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가보면서 느낀 경험의 의미가 남달랐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량이

회복력과 문제해결력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원하든 안 원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맞닥들이고 나서 어떻게 해결을 할지

그리고 해결을 하면서 겪는 어쩔 수 없는

나의 상처들이 얼마나 빨리 아무는지..


앞으로 다가올 예측불가한 상황에서

우리 딸은 잘 극복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돈 주고도 못할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나는 걱정이 하나 줄었다.


딸에게도 나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것이

나와 아이가 멀어지는 과정일까..

갑자기 훅 하고 떠나는 것보다는

많은 시간과 서로에게 준비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낫겠지.


비행기에서 고작 몇 시간 떨어져서 앉았다고

별이야기를 다한다.

사실 나는 그 당시 의연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세상 겁 많은 아빠였다.


이전 19화 그 녀석의 빈자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