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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꾸준해야,,

행복했던 2주간의 아기새 체험

아이의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다녀온 지도 거의 3주가 다 되어간다.


지금 이곳은 학년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Term 4이다.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감을

몸소 체득하고 있는 현재이다.


한국에 가서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입만 벌려서

받아먹는 아기새의 모습으로 있었다.

아내가 일을 나가면 또 온전히 모든 걸 해야 하지만

한국의 배달문화 그리고 아이와 함께 씽씽이

가지고 아파트 입구만 나가도 먹을 것이 지천에

깔린 한국은 그동안 쉼 없이 주방에서 메뉴와

조리법을 고민하고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나에겐 천국이었다.


주방일을 해본 적도

해볼 생각도 안 했던 나에겐

아이와 단둘이 해외에서 지내는 것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먹는 것이었다.

한국입맛인 아이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한인마트나 식당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모든 걸 손수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것이기에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감으로

나와 아이 입에 풀칠할 정도로 겨우겨우 살고 있다.


한국에서의 2주간 아기새로서의 행복했다면,

이제 다시 어미새로서의 노력을 해야지..


한국으로 가기 전에 나는 계속된 주방일로

꽤 괜찮은 일꾼이라고 스스로 생각을 했었다.

남은 식재료로 뭘 만들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도

빠르게 떠오르고 관련 레시피도 유튜브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작 2주간 손을 뗐을 뿐인데 모든 것이 새로웠다. 이렇게 새로워도 되는 것인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다.

회사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졌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아도 좋으니

지금 여기서 해방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이곳,

뉴질랜드의 어느 바닷가 시골 마을엔

의지해야 할 사람이라곤 나와 나의 딸 둘뿐이다.

고민은 아이의 하교 후 집에 와서 밥 달라고

입 벌리는 시간만 단축시킨다.


식재료를 사야 한다.

마트에 가니 사골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일단 이걸로 저 아기새의 입을 채워주자.


장장 48시간


부탄가스도 10통을 비워내서야 우리에겐 곰탕 10팩이 생겼다.


굶어 죽지는 않겠다.

(다음엔 아빠표 곰탕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


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 그중에

신입사원들의 입문교육을 담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신입사원들에게 선배로서의 빠지지 않는 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일을 할 때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사람보다는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내가 경험해 보고 주변을 봐도 맞는 말이었다.


물론 농업적 근면성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꼭 나중에 어디가 아프더라,,)


하지만 근 몇 주 사이에

나의 생각이 틀렸다고 느꼈다.

잘하는 것도 열심히(꾸준히) 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 세상 전업주부님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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