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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느끼는 부모의 표현방식

positive

한국에서의 우리 부부는 바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침 7시 출근해서 16시에 퇴근하는

유연근무를 하고 있었고, 그 이유는 일찍 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찍 퇴근해서 오면

아이는 학원을 다니느라 나보다 바빴다.


나보다 바빠진 아이..


그래서 뉴질랜드에 오기 전 1년은

나에게는 조금 외로운 날이 많았다.

돌 지나고 나서부터 아이와 함께 했던 삶이

‘언제 즈음 벗어날 수 있을까?’

‘이게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가족이 온전한 형태가 되면서

나의 바람은 현실이 되었지만,

반대로 아이와 나는 멀어졌다.


처음엔 의도적으로

'아.. 나 좀 쉬자.."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내가 원하던 이상적인 상황이 왔는데도

나는 그다지 할 게 없었다.


‘이래서 아빠들이 쉴 때 혼자서 산에 그렇게 다니는구나…’


그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나에게 익숙해짐을 느낀다.


일찍 와도 아이가 없는 삶

나에게 남은 건 가족뿐이라는 게 느끼는 과거였다.


다시 뉴질랜드..

아이와 온종일 붙어 있으니 또 시작되었다.


'왜 언제는 외롭다며, 같이 있으면 좋겠네..'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나를 혼낸다.


'그래. 알았어.. 그만해'


이곳에 와서 딸과 나는 좀 더 긴밀해졌다 할까?

둘이 뭔가 같이 하면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

(나는 그런데 아이는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네)


뉴질랜드에서는 공부 (거의) 안 하고

운동은 진짜 많이 시키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아이도 좋아한다.


럭비(터치, 리파)

워터폴로(수구)

테니스

골프

스쿼시

수영

짐내스틱

하키

크리켓

넷볼

발리볼


아이가 경험해 본 스포츠이다.


나는 온갖 나의 노하우들을

딸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나도 몰랐던 스포츠는

인터넷으로 공부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경기에 대한 리뷰도 해주고

때로는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기도 했다.

내 다름대로의 코칭이었다.


아이의 실수에 대해서는

잘했다 못했다 하지 않았다.


다만,

단체스포츠에서 팀원 한 명이 차지하는 부분과

열심히 하지 않고, 딴짓을 하거나 했을 때는

어그레시브 하게 말을 해줬다.


“그렇게 할 거면 단체스포츠를 하면 안 돼.”

“네가 안 뛰면 다른 팀원이 두배로 뛰어야 해.”

“그건 원팀이 아니야.”


초반에 많이 혼나서 그런지.

이제는 팀에서 운동량도 제일 많다.


"좀 살살 뛰어.."

숨을 헐떡이는 아이에게 조용히 이야기한다.


언제는 혼내더니..

알다가도 모를 나의 마음.


이번 텀 터치럭비는 매일 진다.

짜임새도 없고.

서로 공 달라고 뛰겠다고 한다.

참 답답하다.


팀을 맡아서 운영하는 코치가 있다.

이 코치도 선수 중에 부모이다

무료봉사를 하는 셈이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다 같이 모여 앉아서 경기에 대한리뷰를 한다.


하루는 리뷰를 마치고 달콤한 캔디를 받아먹으며

딸이 나에게 말했다.


"아빠, 저 코치님은 진짜 너무 좋아"

"왜?"

"무조건 칭잔해 줘!"

"아 그래?"

"아빠 같았으면 벌써 뭐라고 막 했을 건데 말이야. 하하하"

"..."


와,,

나는 안 그런다고 한 거 같은데

나는 못한다고 화내는 아빠였나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빠도 남의 집 자식들을 혼내진 않아.. )


딸이 그렇게 느꼈다고 하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건 아니다.


나는 보통 아빠와 딸의 관계보다는

우리가 조금 특별하다고 느꼈는데

그건 내 생각뿐이었고,

딸은 그렇게 생각 안 할 수도 있었겠다..


같이 지내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다고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되겠다.


적어도 난 칭찬에 인색해지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왔던 듯하다.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

참 어렵다.

정답도 없고..


아이의 툭 내뱉은 말 한마디에

내가 아이에게 했던 표현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복기해 보자면,

아이가 처음에 열심히 하지 않고 눈치만 봤던 상황


“ 너 그럴 거면 하지마” 가 아니라

1. 먼저 컨디션이 괜찮은지 물어보고(아픈 건지 등)

2. 괜찮다면 왜 함께 하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대답이 시원치 않다면)

3. 경기에 대한 룰을 잘 모를 수도,

함께 하는 팀원들이 서먹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경우에 대해 먼저 공감을 해줘야겠다.

4. 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고 공감

5. 그러고 나서 단체스포츠에 대한 설명을 해줬더라면..


아빠가 더 노력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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