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제철이다
어디서든 고개만 들어보자. 그림 같은 하늘을 공짜로 누릴 수 있다. 글이 술술 풀리고 그림이 절로 그려질 예술 같은 날씨에 어찌 이리 절절매고 있는가.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몸뚱이나 나이를 탓해 본들 어찌하리. 애초부터 그림과 글을 함께 담아낸다는 게, 종지 같은 물그릇에게 대야의 꿈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들 어이하겠나. 백날이고 종지에 물 담아 골백번이고 퍼 날라야지.
그림 연재에 그림이 없다
하늘에 환장하는 홍디는 요즘 미치게 파란 하늘에 조증 상태다. 궁디가 들썩이고 설거지통이 산을 이룬다. 재활의학과에 치료하러 가는 길, 육신은 못나도 영혼은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건순이 태권도 하차를 기다면서도 연신 하늘을 찰칵대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저녁 준비를 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보랏빛 노을을 바라보는 일,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동네 한 바퀴 걷는 밤산책, 매일 하늘 여행 중이다.
나는야 하루에도 몇 차례 짧은 하늘 여행을 떠나는 쁘띠 투어리스트.
비가 지나간 뒤의 하늘은 결린 가슴짝에 숨을 불어넣어 준다. 날씨가 나를 들쑤시는데 집구석에 어찌 붙어있으리.
이번 주 수미만행(수요미식+ 만보의 행복) 사줌마는 한강변으로 나섰다. 하늘과 바람과 꽃을 담느라 이만 보를 훌쩍 넘도록 홀린 듯 걸었네. 어르신들 사진첩만 꽃으로 가득 찬 게 아니다. 실비 보험 신청하려고 의료비영수증 사진 한 장 찾으려면, 폰 가득 알록달록 꽃들이 만발하여 엄지손가락 근육이 잡힐 지경이니.
사진 상으로는 하늘 여행자의 뒷모습이 여유만만이구나. 실상은 연재글도 제치고 붓도 던져버린 채 밖으로 나도는 불량작가인데. 그래도 ‘지금 여기’가 중하지 않은가.
이럴 땐 산책이 상책
하늘은 오늘이 아니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여행과 닮았다. 삶도 그러하다. 언제 또 여기에 올지 모르는 여행자마냥 용기 내어 오늘을 살자. 하루를 충실하게 그냥 살아가는 거다.
글을 못 써도, 그림을 못 그려도, 쓰고 그릴 날 올 것이다. 허덕이며 부여잡고 끙끙거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럴수록 끌리는 대로 행하다 보면 웅크림이 살아나고 어두움이 밝아진다.
하므로 글거리, 그릴거리 주워 담으며 오늘을 여행하며 사는 중이다.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덧마디
창작 크리에이터 선정 기념 이벤트 진행 중입니다.
나만의 하늘이 있으신가요?
5월 31일 오늘까지 홍디에게 보내주세요홍홍.
[이벤트 마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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