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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Aug 08. 2024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니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비안


버킷리스트인 서핑 배우기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루었다.


https://brunch.co.kr/@daisypath/49





나의 첫 서핑 이후의 미소를 담아 한 컷



"데이지, 그럼, 내일 연락할게"



대학교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로 서핑 강사를 하는 비안.


발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섬 숨바(Sumba)에서 나고 자란 비안은 커다란 입으로 종종 비치보이 미소를 보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의 머리는 바닷속 염분으로 인해 어느새 노란색으로 변했다.


비안과 함께 파도에 몸을 맡기고 나니, 우린 어느새 친구가 된다.



호스텔로 나를 데리러 온 비안과 한 컷


다음 날 아침, 

우린 처음 만났던 꾸따비치에 가서 서프보드에 오른다.


어제의 서핑 강사는 오늘의 친구가 되어 함께 서핑을 즐긴다.

능숙하게 서프보드를 타며 묘기를 보여주는 비안은,

파도 물결을 따라 함께 춤추는 비치 보이를 연상시킨다.


파도의 동향은 날마다 바뀐다.

어제보다 거센 파도 위에서 좀처럼 중심 잡기를 어려워하면서도

거칠게 느껴지는 파도이기에 재미는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서핑한 뒤 마시는 종이컵 커피는 우리에게 완벽한 여유를 가져다준다.


비안은 자신이 나고 자란 숨바 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광지로 발달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발리와 달리, 숨바에는 소수의 섬사람만이 살고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기에 발리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즐비하다고 말한다.

영화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며 서울의 삶을 들려주는 내게 연신 놀라움을 내보인다.


발리(좌)와 숨바(우)의 위치


발리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그는 졸업 논문 제출만을 앞두고 있다.

졸업 이후에는 오스트레일리아로 가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것이 근 목표이다.


"나는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훗날 성공을 위해 나의 사업을 만들어 내 가족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


조그만 섬에서 나고 자란 비안은

소중한 가족을 향해 무엇보다도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다.


비안과 함께 먹은 사테(sate;인도네시아 꼬치요리)



'시도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비안에게 삶의 지탱이 되어주는 문장이다.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가,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나가는 그의 젊은 열정이,


금방 불에서 구워진 사테(인도네시아 꼬치 요리) 열기를 모락모락 피어오르게 한다.












Uluwatu Temple에서 파도와 절벽이랑


울루와뜨사원에 있으니, 파도와 절벽이 어우러져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사원은 악령을 쫓는 주술적인 춤을 포함한 발리의 고대 의식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원숭이와 동물 소리를 흉내 내 인물이 말하는 '케착 케착'소리에 '케착 댄스'라고 불린다.

비안과 함께 조금씩 지는 해를 배경으로 케착 댄스 공연을 본다.


케착 댄스 공연 중 일부분


공연은 오로지 사람들의 목소리로만 진행된다.

50여 명가량의 남성들이 케착케착 흉내를 내니 하나의 신기한 배경 음악이 된다.

수려한 모양의 등장인물도 재미를 더한다.


"데이지, 이런 공연이 있다는 거 자체도 몰랐는데, 덕분에 보게 되었어. 고마워."


"비안, 나도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나, 아무래도 발리의 전통을, 

발리를 사랑하게 된 거 같아."


케착 공연이 끝난 후, 우리는 발리 바다의 노을을 음미한다.


비안의 흰색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오른다.

달리는 오토바이의 바람을 뚫기 위해 비안은 큰 소리로 내게 말한다.


"데이지, 내가 대학교 졸업하고 워홀도 끝나서 사업을 펼칠 때도 우리 서로 좋은 친구가 되자."


운전하는 그의 뒷모습 너머로 보이는 덴파사르의 야경이 은은하게 내 주위를 맴돈다.

대형 스크린에 영화 한번 본 적 없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 덕분일까,

덴파사르의 야경과 꾸따 비치의 밤 풍경을 평생 잊고 싶지 않다.


야경을 뚫고 질주하는 오토바이 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 뺨을 스친다.

알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비안에게 묻는다.


"비안, 네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뭐야?"




내 삶의 이유는 다른 이에게 상처 주지 않는 한,
내 삶을 지금보다 더 좋게 하고 내 가족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야.




하늘이란 스케치북에 분홍빛의 수채화 물감이 연한 빛으로 변하며 번져간다.

붓 없이 그려진 색채는 은밀하게 내 가슴에도 스며든다.


비안의 순수한 비치보이 미소가 발리의 노을과 어우러진다.

노을이 지나간 자리 위로 별이 뜬다.

덴파사르의 밤을 비추는 빛들을 향해 질주하는 오토바이 위에 있던 시간을


나는 환상적인 순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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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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