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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Dec 09. 2024

중동에 발을 디딘 순간

오만 무스카트에서 만난 알리

안녕, 잘 지내고 있어?
나는 중동 국가(서아시아)로 넘어왔어! 
인도를 끝내고 여기에 오니까 느낌이 정말 달라. 
사막의 무더운 날씨와 아랍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보니까 
매 순간이 새롭고 낯설어! 

이 낯섦이 굉장히 좋아. 
낯섦에서 풍기는 은은함을 사랑하고 있어.

[오만 무스카트에서 작성한 편지 중]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의 전경


흰색과 옅은 황갈색으로 가득한 건물들.

뜨거운 열기 때문일까, 대낮에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없다.

잠깐이라도 밖을 나가면 곧바로 몸이 이글이글 타버리는 느낌이다.


황갈색과 흰색의 건물은 모래와 같이

도로 위 선인장 나무 옆에 굳건히 서 있다.

에어컨 공기가 가득한 방 안에서

창문 너머 사막 도시를 바라본다.


'내가 기어코 서아시아로 왔구나.'





보편적인 말로는 '중동'

언제나 미디어를 통해서 봐온 중동의 이미지는

미묘하고, 신비로운 나라 그 자체였다.


미디어가 만든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부터 오는 불이해도 존재했다.


미국 빌딩을 격파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IS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종교라는 프레임은

중동에 대한 이미지를 가득 채웠다.

동시에 내가 만든 이미지가 맞을지에 대한 호기심이 들었다.



비행기 지연으로 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은 인도에서 벗어나

미지 세계인 중동으로 가는 비행은

이제껏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여정에 오르는 탐험가의 모습과 같다.



오묘하고, 낯선 오만. 그래서 궁금한 나라.

순수하고 멋져 보이는 오만 사람들을 상상하며

탐험가는 설렘과 떨림을 가득 안고 활주로에 도달한다.


오만의 밤


"괜찮아! 마침 친구들도 이제 막 오기 시작했거든.

오히려 결항하여서 더 잘 됐어!"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 도착한 뒤,

호스트 알리가 나를 데려오기로 한다.

11시 도착 예정인 비행기는 지연으로 새벽 2시가 되어 오만에 다다른다.



마침, 동네 축구 경기의 우승을 축하하며 친구들과 파티를 할 거라는 알리는

변경된 시간에 화가 날 법도 하지만,

되려 타이밍이 더 좋다는 말로 응수한다.


새벽 늦게 기다릴 호스트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과 함께,

파티를 한층 기대한다.


사진: Unsplash의 Nora Rademacher


오만의 전통 모자 쿠마를 쓰고

기다란 흰색의 전통 복장 (이름)을 입은 이들이 공항에 있다.

생전 처음 보는 흰색의 긴 옷을 입은 오만 사람들에게서 낯선 향기를 맡는다.

낯선 냄새는 다시금 내가 새로운 대륙을 밟았다는 사실에 가슴을 떨리게 한다.


공항 밖 거리는 쓰레기와 노숙자 하나 없이 깨끗하다.

노숙자는커녕 사람 하나 없는 도로는 깔끔한 인상을 준다.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돌들은 도로 양옆을 둘러싸며

마치 달 표면에 온 것 같은 환상을 준다.


"오만은 안전한 나라야.

지금 이 길거리에서 자도 괜찮아!"


서아시아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오만.


새벽이 늦어가는 중에도 직접 공항으로 데리러 와준 알리 덕분일까

아는 거 하나 없는 오만에서 문득 생각한다.


'오길 잘했다.'


늦은 밤임에도 뜨겁고 습한 공기가 가득히 창문 틈으로 들어온다.

서아시아의 뜨거운 공기는 설렘과 들뜸의 불씨를 타오르게 한다.



낙타고기를 둥그렇게 모여 함께 밥먹는 순간(왼쪽) / 모사는 오만 전통의상과 음식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외롭지 않게 말걸어주시며 친절하게 대해준 친구들!


친절한 오만 친구들은

낯섦에 질문꾸러미를 왕창 가져온 나에게 친절히 대답한다.


서아시아 느낌이 물씬 나는 여러 음악에 맞추어

우린 함께 게임하고,

노래를 듣고, 술을 마신다.


오만이라는 미지의 나라를

조금씩 삶 속 한 조각으로 맞이하다 보니

어느덧 시곗바늘은 5시를 가리킨다.


아침 5시에 저녁을 준비하는 알리

"얘들아, 저녁 먹자."


창틀 너머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아침이 찾아옴을 느꼈기에

알리 입에서 나온 '저녁'을 의심한다.


"알리, 방금 저녁이라고 했어?"


"응! 저녁 먹고 이제 자야지."


친구가 만든 오만의 전통 밥으로

생애 첫 낙타고기를 먹는 행복도 잠시

저녁을 먹었으니 떠오르는 해와 함께 잠드는 친구들을 보고 당황한다.


파티를 한 날이기에 그런가 싶은 나에게

알리는 다음 날 아침에도 말한다.


"저녁 먹자!"


그렇게 오후 늦게 일어난 알리는

해의 어스름이 질 즈음 말한다.


"아침 먹자!"


강렬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피하고자

아침에 잠들어 활동 시간을 밤으로 바꾼 친구들.


그간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신기하다.




오후에 '아침'을 먹은 알리와 나는 함께 무스카트를 둘러본다.

후덥지근하고 습한 공기에 차 안 창문에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사우나 탕 속에 있는 느낌까지 더해지며 사막 도시에 왔음을 잔뜩 느끼게 한다.


거리 너머 보이는 바다는 흰색과 파란색이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삭막한 색깔의 돌멩이는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다.

흰색 벽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으며, 황량해 보이는 도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온도까지도.

모두가 사막에 왔다고 알리는 듯하다.





달에 온 듯한 낯선 느낌은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전히 대낮처럼 밝은 시간에도

둥글고 커다랗게 뜬 달도 연출에 합세한다.


알리의 추천으로 사 간 바비큐를 들고,

무스카트의 야경이 다 보이는 곳에 오른다.


전망대마저도 삭막한 달 표면 돌덩이를 오른 기분이다.



이른 새벽에 저녁을, 오후에 아침을 먹는 삶의 형태도,

도로 곳곳이 지구가 아닌 듯한 느낌도,

깨끗하고 안전한 중동 국가의 모습도,

오만은 내가 이제껏 지내온 삶과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오만 무스카트의 야경


다른 형태의 삶 속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타인에게 보인 친절이다.


오만에 도착하고부터 호스트 알리와 친구들에게 받은

관심과 친절은 오만의 첫인상에 함께 녹아들어 야경을 빛나게 한다.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거 같은 서아시아의 사람들은

어떤 삶의 이유가 있을까.


아름다운 무스카트 야경을 바라보며

은밀히 알리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삶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배우기 위해서야.



돌아오는 길에 알리의 말을 곱씹는다.

다른 행성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기후와 환경을 갖고 살아가지만

삶을 관통하는 삶의 가치는 같구나.


오만은 내게 낯설지만, 포근한 향기를 풍긴다.


오만 와디삽(Wadi Shap)에서

달처럼 삭막해 보이는 오만 도로를 바라본다. 


달에 첫 발을 도약한 닐 암스트롱이 말한 것처럼

달 표면과 같은 오만 거리에 첫 발을 도약하며 나는 말한다.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삶의 이유지만,

인류 모두에게 관통하는 위대한 삶의 가치이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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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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