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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속을 걷는 방법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우란

by 여행가 데이지


자랑스레 치켜든 엄지손가락.

슬로바키아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하고자 히치하이크를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빈으로 가기 때문일까,

몇 분 안가 한 차가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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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왼)과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오른)의 위치 / 빈으로 향하는 히치하이킹 종이와 함께 성공


택시 운전사인 그는 본인 직업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좋아.

나에게 돈만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가족을 위해 돈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야."



그는 엔지니어로 일했던 과거보다,

택시 기사로 일하는 현재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물론 네가 엔지니어로 회사를 소유한다면 더 많은 돈을 받겠지.

그렇지만, 스트레스는 더 많겠지.

너는 많은 것들을 통제해야 하고, 그건 쉽지만은 않아.


너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나고 배우겠지.

물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좋지.

그렇지만 나에게는 어려워."


20230912_135445.jpg?type=w773 택시기사와 함께



"나는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버는 돈과

택시 기사로 일하며 버는 돈이 같아.

그럴 바엔 내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내는 일 (택시 기사)을 하면서

사는 게 낫지 않겠어?"



언제나

두뇌를 사용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온 나는


그의 말을 통해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몸을 쓰는 노동을 하더라도

직업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오스트리아로 향하는 짧은 시간 동안 나눈

그와의 대화는 직업에 대한 관념을 바뀌었다.



그가 알려준 오스트리아의 달달함

결국,

직업을 고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나의 만족과 행복이라는 것을.



그는 헤어지는 순간에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달달함을 알려줄게."


그가 건넨 사탕이 혀에 닿아 살살 녹는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디딘 발은

주황빛 사탕처럼 달콤하게 오스트리아로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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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하며



예술의 나라 오스트리아는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클래식 음악 속을 걷는 느낌이다.


지난 동유럽 여행에서

거리로부터 우울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활기가 느껴지는 오스트리아가 발랄해 보인다.



모차르트가 나고 자란 빈이기에

어릴 적 즐겨 듣던 모차르트 음악을 이어폰에 연결한다.



피식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들으며

그저 트램으로 이동하는데도

행복이 삐죽 튀어나온다.



거칠게 채색된 그림을 감상하고

섬세하게 새겨진 조각을 바라본다.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여러 겹 덧칠해서 이뤄낸 하나의 작품들을 물끄러미 감상하며

우아함과 기풍이 넘치는 빈을 음미한다.


20230912_152239.jpg?type=w773 오스트리아 호스트 우란


오스트리아의 순간을 더욱 우아하게 만들어준 호스트 우란.

우란은 몽골 사람으로

한국에서 온 나를 적극 환영한다.


"몽골은 지금 한류열풍으로 난리 났어."


웃으며 몽골 이야기를 전하는 그이지만,

그는 몽골에서 살아갈 생각이 없다.


"나는 운 좋게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했어.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나머지는 여행을 다니고 있지."



2006년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내 삶의 이유는
정착된 삶을 살기보다
지구 구석구석을 탐험하기 위해서야



모험을 찾으며 건강한 삶의 양식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우란.

그는 무언가를 지향해 나가는 사람으로

언제나 시야를 넓히기를 좋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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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을 여행한 우란의 사진



"사람은 책과 같아.

전 세계에서 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건

영감을 받고,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야."


마흔 살 초반의 삶을 보내면서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을 좋아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우란.

그가 보내오는 지금의 삶은

멋지다는 말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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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우란


오스트리아 여행을 마친 후,

잠에 들기 전에 우란에게 묻는다.



"우란,

너는 쭉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삶을 살아왔잖아.

인생에서 후회하는 게 뭐야?"



"모든 실패와 소통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배웠어.

그 고통이 나를,

지금의 나를 만든 거야.


살다 보면 놓쳐온 것처럼 여겨지는 모든 것들이 있지만,

모든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훗날, 네게 그 이유를 알려줄 거야."



우란의 말은 내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비합리적이고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더라도

그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가 보여주지 않은 아픔의 시간을 상상한다.

저마다 각자의 성장통을 앓고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이불을 덮고,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잠에 빠지기 전에

오늘 만난 인물들을 떠올린다.


택시 기사와 우란.

둘은 모두

자신의 삶을 통해 내게 말한다.



옳고 그른 것은 없으며

좋고 나쁜 것도 없다.


그저,

나에게 맞는 것이 있을 뿐.


직업이든,

삶의 양식이든,

그 무엇이든지,

내 삶 앞에 펼쳐진 모험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나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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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빈 거리를 걸으며 들었던

모차르트 협주곡이 귓가에 들려온다.


마치 음악 속을 걷던 느낌은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밤까지

잔잔히 귓가에 울려 퍼진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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