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카사네에서 만난 타방
영화 소울(Soul)의 한 장면에서,
젊은 물고기는 말한다.
"전 바다로 갈 거예요."
늙은 물고기는 말한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젊은이는 대답한다.
"아니에요. 저는 지금 물에 있어요.
저는 바다에 갈 거예요."
물속에 있는 물고기는 바다를 꿈꾼다.
꿈은 결국,
자신이 만들어내는 허상이다.
나는 그 허상의 힘을 믿는다.
보츠와나는 잠비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이에 있는 국가이다.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국가이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가기 위해 보츠와나를 지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의 캐나다'라고 불린다.
보츠와나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무언가 평화롭다 못해
극한의 평화로운 느낌을 받는다.
풍부한 자원과 야생동물로도 유명한 보츠와나.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카소네 강 크루즈를 예약했다.
보츠와나 국경에서부터 나를 맞이한 여행사 직원 스타.
스타를 따라서 보트에 오르는데,
배가 꾸르륵거리기 시작한다.
'잠비야 로컬 음식점에서 먹은 게 무언가 잘못된 거 같아..'
낌새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파리 가이드는 소리친다.
"출발합니다!"
카소네 강에 서식하는 하마와 악어, 물새는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어젯밤 잠비아에서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기에
끓는 배를 붙잡으며 멍 때리며 강을 바라본다.
졸림과 사투하다가 거의 밤쯤 엎드린 채로
나는 그저 카소네 강을 그저 흘려보내려 한다.
'그냥.. 대충 보자..'
그런데, 누군가 나에게 다가온다.
"안녕!"
보트 앞에서 홀로 골골대는 나에게 누군가 말을 건다.
나는 배가 아파 그저 조용히 미소만 지으며 반응하는데,
상대는 내 옆에 앉는다.
"나는 타방이야.
우리 가족이 조금 시끄럽지.
괜찮다면 너도 술 마실래?"
나를 제외하고
보트를 가득 채운 이들은 타방의 가족과 친적이다.
그들은 휴가를 맞아 다 함께 여행을 하고 있다.
나는 배가 아파 그저 미소만 짓는다.
타방은 그걸 모르는지 내게 말을 계속해 건다.
"너는 소극적인 편이야?"
"아니 그렇지 않아 (웃음)"
말을 꺼낼수록 요동치는 배.
피곤과 겹쳐 최악의 컨디션이 계속된다.
그의 질문에 짧게만 대답한 뒤 다시 배를 움켜잡는다.
타방은 아랑곳없이 말을 이어간다.
"사실 우리 친척들은 이렇게 활기차지 않아.
연말 맞이 파티할 때 오히려 더 술을 마시고 즐기고 활기차지는 거지.
나도 우리 엄마가 저렇게 계속 술을 들고 있는 걸 보지 않아.
나도 오늘 연휴이기에 술을 마시는 거야 (웃음)"
"그렇구나(웃음)"
그는 부탁하지 않아도 나의 사진을 담고,
풀숲의 동물을 발견하면 나에게 알려준다.
"데이지 저기 봐!"
"데이지, 여기서 사진 찍어줄까?"
"데이지, 뭐라도 마실래?"
계속되는 타방의 질문에
일부로 짓던 미소는 어느새 진짜 미소가 된다.
그의 친절 덕분에
최악으로 달리던 컨디션은 빠르게 회복된다.
보이지 않던 카소네 강의 풍경이
조금씩 내 눈에 잡히기 시작한다.
카소네 강은 반짝반짝 빛난다.
강의 윤슬을 찾아오는 동식물들을 힐끔 바라본다.
코끼리들이 강에서 물을 마시거나
하마는 물을 내뿜으며 목욕한다.
물 밖으로 나와 햇볕을 쬐는 하마,
나뭇가지 위에 누워있는 악어,
저 멀리 목을 둥글게 마는 플라밍고와
백로, 왜가리 등의 새들도 보인다.
카소네 강을 이루는 다양한 새들을 비롯해
사슴과 버펄로는 물을 마시러 강가 근처로 온다.
타방의 온 가족과 친척은 내게 인사한다.
아시아인이 신기한 듯 나와 사진을 찍으려고도 하고,
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기기도 한다.
"데이지,
보츠와나에서는 행복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
나는 타방 사촌 언니의 말에 어깨를 으쓱한다.
"호롤로롤 ~~~~~!"
이내 원숭이 울음소리를 흉내 내듯
큰소리로 소리를 치는 사촌 언니.
그를 따라 옆에 있던 꼬마들도 다 같이 외친다.
"호롤로롤 ~~~~~~~!!!!!"
"우린 결혼식에서도 이렇게 말해!
호롤로롤~~~~~~!!!!!"
나와 타방이 앉아있는 걸 놀리면서
더 크게 소리를 외치는 가족들.
그들의 장난이 짓궂으면서도
행복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참 좋다.
보트 투어가 이루어지는 내내
타방 가족의 에너지는
나의 졸음마저 날려버리고
나의 얼굴에 미소를 만든다.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 다 함께 소리치고,
하마의 물줄기에 환호성을 지르고,
이야기 나누며 흥을 내뿜고,
서로에게 쾌활한 웃음을 주고받고,
순간의 감정을 노래 부른다.
타방 가족은 나를 가족 구성원으로 포함해
그들 흥에 나를 빼놓지 않는다.
너는 여전히 아픈 배와 졸린 컨디션임에도
그들 흥 덕분에 모든 게 치유됨을 느낀다.
카소네 강의 반짝거림을
온전히 받아들일 힘을 받는다.
"데이지, 오늘 버스 시간 전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거 어때?"
수도 가보로네로 떠나기 전,
타방 가족은 본인 계획에 나를 초대한다.
그들이 일몰을 보러 간다는 공원에 함께 간 뒤
우린 다 함께 오후 어스름이 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물구나무를 서고,
힘껏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춘다.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흥을 표출하는 이들이 좋다.
"타방, 오늘 보트투어하면서
나를 챙겨줘서 고마워."
"우리와 함께해 줘서 우리가 더 고맙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어스름을 바라보면서
타방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삶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야.
지구에게 하는 태양의 입맞춤,
음악처럼 공기가 웃는 모습,
사소한 순간이어도 사랑이 지속되는 순간말이야.
"삶의 리듬 그 자체가 나를 살아있게 하지.
그건 가장 힘든 순간을 안는 거고,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 거야."
그는 보츠와나의 속담을 언급하며 덧붙인다.
"뿌리가 깊다면, 바람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When the roots are deep, there is no reason to fear the wind."
내가 사랑, 희망 그리고 목적을 갖고 있다면
삶이 어떻게 펼쳐지든 나는 항상 살아있음을 느낄 거야. "
어떠한 기대도 없이 도착한 보츠와나.
배탈과 졸음으로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작한 순간,
보츠와나는 그냥 흘러버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타방의 가족은
보츠와나를 잊지 못할 곳으로 만들었다.
그들과 함께 본 카소네 강의 윤슬과
카소네 공원의 어스름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보츠와나에 머무는 이틀은
보츠와나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범벅되었다.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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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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