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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마지막 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만난 라함

by 여행가 데이지


잔지바르 섬에서 나와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로 돌아오니

호객인들은 동양인 여행객에게 달려든다.

호객인에게 인상을 찡그리는 게 익숙해진 나는 그들을 가뿐히 지나친다.



나는 다음날 바로 타자라 열차를 탈 예정이기에

열차를 예매하는 기차 사무실에 찾아간다.

다르에스살람 호스트 라함은

퇴근 후 기차역으로 나를 찾아온다.



"데이지!"


탄자니아 사람들의 호탕하고 밝은 에너지가

라함에게 그대로 스며든 듯

라함은 마치 어제도 만난 친한 친구처럼 나를 반긴다.


다르에스살람 호스트 라함




기차역을 나와 오토바이에 오른다.

시내를 뚫고 도착한 라함 마을.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사이로

이웃집 아이들은 바닥에 무언가를 그린다.

가족과 다 함께 지내는 라함은

자신의 언니, 엄마, 동생을 소개한다.








수세식 화장실로 직접 물을 떠서 머리를 감는 방법,

가스통을 가져와 불을 피운 뒤 요리를 하는 모습,

직접 손으로 빨래를 한 뒤 말리는 방법 등

라함은 본인의 생활 방식을 알려준다.

라함만의 밝은 에너지와 편안한 느낌 덕분일까,

라함 집에 오자마자 편안함을 느낀다.

흙으로 지어 페인트 하나 없는 집은 마치

어릴 적 할머니의 황톳집을 떠올리게 한다.

"저녁 먹자!"




부엌에서 요리하는 라함

방충망 사이로 나누어진 부엌과 침실에서

라함은 계란 요리를 만든다.

만나자마자 내게 밝은 미소로 웃어주고

오토바이 비용을 대주고

함께 저녁과 아침을 챙기는 그의 모습이 참 고맙다.

밥 솥 가득 솔솔 김이 새어 나온다.

하얀 우길리에 멸치를 손으로 싹싹 긁어먹는다.

"나는 캐나다에서 일하고 싶어.

사촌 오빠가 캐나다에서 일을 제안했거든"


탄자니아의 낮은 임금으로 살고 싶지 않아

외국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탄자니아 바깥 세계와의 연결을 위해

그는 여러 앱을 사용해 전 세계 친구들과 소통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상대방과 전화하는 그의 모습은

쾌활하고 밝고 명랑한 28세의 소녀 같다.



라함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데이지, 친구가 오늘 밤에 같이 놀자는데,

어때?"

"좋지!"

"원하면 내 옷을 입어도 돼!"

그는 자기 옷장 속 옷을 꺼낸다.

동시에 가발을 꺼내며 호탕하게 웃는다.

거리낌 없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시원하게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목요일 아쉬운 밤을 보내기 위해

우린 패션쇼를 열고,

다르에스살람 바닷가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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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에스살람 바닷가에서


"보통 다르에스살람의 밤은 금요일에 열리곤 하지.

적어도 크리스마스 전까지 함께 보내면 좋았을 텐데"

하룻밤만 묵고 가는 나를 아쉬워하는 라함.

그의 아쉬움에 나는 괜스레 감동한다.

우린 함께 다르에스살람 바닷가를 걷고,

탄자니아의 삶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우주를 공유한다.

나는 라함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야.
이 세계에서 사람들을 돕는 여성 기업가가 되고 싶어.






다음날 아침,

기차에서 먹을 음식을 사기 위해 슈퍼마켓을 찾는다.

라함 집의 마을을 거리를 뚫고 큰 거리를 지나간다.

나를 보며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

나를 보며 신기하게 쳐다보는 눈짓,

무어라 말하며 서로 낄낄대는 모습,

부끄럽게 다가와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까지.

다양한 탄자니아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며 거리를 걸었다.

이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아프리카 국가의 거리를 걷는다는 상상을 내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사람들은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곤 하지만,

나는 그저, 쓰레기 가득하고,

오물이 고여있으며

이미 해질 대로 다 낡아빠진 표지판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게 더욱 끌렸다.



라함과 함께






어쩌면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는

자신의 부족한 모습까지도

여과 없이 드러내며

호탕한 미소로 자신감을 보여주는 라함 덕분일 것이다.

부끄럽 없이 본인을 보여주고

서슴없이 우주를 나눠준 라함이 있어

탄자니아의 낡은 표지판을

사랑할 수 있었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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