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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선 갈등이 필요해

탄자니아 모시에서 만난 나세리아

by 여행가 데이지

네팔 포카라와 탄자니아 모시.

완전히 다른 대륙에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졌지만

두 마을은 공통점이 있다.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

대륙 최고봉을 품고 있는 조그만 마을이라는 점.


동시에

커다란 산을 품은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미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킬리만자로 등반을 마친 뒤

'Freedom Foundation Tanzania'와 함께 봉사를 시작한다.

나의 것을 나누고자 시작한 봉사지만

되려 소중한 추억과 경험, 나아가 내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 봉사는

FFT 사무실을 지키는 유일한 직원, 나세리아 덕분이다.


P1010762.JPG?type=w773 나세리아


탄자니아 초원 지역의 반유목민 부족인 마사이족.

나세리아는 형제 8명 사이의 마사이족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족을 소개하며 '혈통 가족'과 '가족'을 나누어 설명한다.


"그니까.. 마사이 가족과 현대 가족이 따로 있는 거지?"


아이 8명을 다 부양할 수 없던 마사이 가족은

나세리아를 비롯한 일부 자식을 위탁 보냈다.


"응. 그렇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마사이가족과 함께 보낼 생각이야."


경제적 여건으로 자식을 보냈지만,

자유롭게 혈통 가족과 연락하며 지내는 나세리아.

다른 가족 아래에서 자라는 건

아프리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가족 형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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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봉사 계획을 세우며

마사이 가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

마사이족 언어만 알고 있던 그는

스와힐리를 배우고자 학교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비롯해

그는 사회학과를 공부하여 27살 대학교를 졸업한다.


"케냐에서 직업을 구하는 건

사실 다 인맥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쉽지 않았어."


나이로비 대학에서 케냐 학생으로 장학금을 받았지만,

졸업 이후 직장을 구하는 건 녹록지 않았다.


"평화와 갈등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변화를 위해서는 갈등이 필수로 수반되는 법이잖아."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세리아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를 위해 사회학을 공부했다.


"나는 사회학 학생이야.

이것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라면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


"나도 여전히 삶이 나아질 수 있다고 믿어.

그래서 나는 해결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나세리아과 함께

"맞아. 사회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미 그들은 자기가 많은 돈을 벌지 않을 거란 걸 알아.

그렇지만, 그들은 행복하고, 그들이 바꾸고 싶은 사회가 있지."


나 역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디어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여행을 통해 상황을 마주한 건 다른 의미였다.



"매우 충격적이었어.

한 번은 킬리만자로를 등반할 때 만난 포터는

사실 공부할 기회가 있었대.

그렇지만, 그는 공부가 싫어서 포터를 택한 거야.

흥미로웠어.

나의 경우,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 난 당연히 공부를 했을 거니까.

그렇지만, 그 가이드는 공부할 기회가 있어도

어찌 보면 육체적으로 어려운 포터의 길을 선택한 거잖아."


"매우 편안한 삶을 택하셨네."


"(웃음) 그렇지만, 나는 모든 문제의 근본은 교육이라고 생각해."


"만약 우리 주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NGO를 운영하는 우리가 가장 먼저 움직이겠지.

우린 그런 일을 위한 기관이니까.

각 지역에서 어떤 재원, 자원이 필요한지를 알아보고…"



나세리아는 FFT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그는 잠재적 봉사자와 기부자를 찾기도,

단체에서 돌보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그는 케냐와 탄자니아가 마주한 사회문제에 대해 말한다.



"탄자니아가 가진 큰 문제점은 시스템이야.

아프리카 내에서 갈등도 문제이지.

아프리카는 국가 간뿐만 아니라 국가 내에서도 분열이 심하거든."


탄자니아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사회주의 이념을 도입해 왔다.

그는 사회주의적 경제와 정치체제가 채택된 이후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렇지만, 우린 여전히 가난해.

우리에겐 무엇보다 기술이 필요한데

아무도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아."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와 같은 NGO는 어린아이들을 지원하고 있잖아.

변화를 위해서 다른 이들을 움직이게 만들어야지.

주도적으로 교육을 해야지."



그는 사회학을 공부하면서도 줄곧

사회 변화를 위한 NGO를 꿈꿨다.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NGO에서 일하고 있는 현재,

그는 자신의 재단을 꿈꾼다.



"마사이족을 위한 재단을 만들고 싶어.

마사이족 학교를 세우는 거야.

사회에서의 내 몫을 다 한 뒤에는

나의 혈통 가족인 마사이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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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리아와 함께한 봉사는 나에게도 중요한 가치를 알려준다.



우린 모시 마을 안에 있는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찾아간다.

여러 사회 구성원들과 눈 마주치고 인사하며 고민한다.


탄자니아 사회는 어떤 문제에 부딪혔고,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한 단체를 운영하고 홍보하는 데 있어

나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나의 능력을 이용해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시간은

사회 변화를 위한 내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봉사를 통해 나는 더없이 많은 가치를 배운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맨땅에 나무를 심는 활동이더라도,

나세리아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

나무를 심고 있는 이 활동이 값진다는 사실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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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FEF 사무실에서 봉사를 기획하며

봉사의 마지막 날,

우린 사무실 청소와 페인트를 한다.

설계를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며 페인트를 하지만,

빠르게 흐르는 시간 앞에

어느덧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설계를 짜느라

거의 아무것도 못했네."


"데이지,

하쿠나마타타 (문제없어!)

이미 바꿀 수 없는 거에 마음 쓰지 마.


시간은 지나갔고,

우린 그걸 받아들이면 돼!"


그는 마음을 툭툭 털어내라며

'하쿠나마타타'를 외친다.


IMG_9298.jpg?type=w773 단체를 책임진 또 다른 주인공 멍멍이와 함께



나는 버스 시간이 임박해

작별 인사를 부리나케 한 뒤

짐을 정리한다.


급하게 배낭을 짊어지고

방문을 나서는 나에게

나 세리 안은 달려와

내 손안에 귀걸이를 넣는다.



"데이지, 나의 작별 선물이야"


그의 깜짝 선물에 놀란다.


"나세리아,

지난 봉사를 통해서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았어.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헤어짐에 아쉬움을 토하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나중에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 말해줄게.

그러니, 다음에 꼭 다시 와야 해."


그의 말을 끝으로 툭툭 기사가 도착했고,

나는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툭툭을 타고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그가 선물한 귀걸이를 바라본다.


삶의 이유를 묻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떠올리고는

미소 짓는다.


그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그의 답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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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리아와 함께 봉사하며


내 삶의 이유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희망,
사회 변화를 위한 움직임,
어린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여성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며,
모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삶을 위한 시간들



나는 나세리아의 답을 알고 있지만,

위 순간들은

다시 모시에 찾아갈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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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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