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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과 21살이 친구가 되는 법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만난 대니

by 여행가 데이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여행은 나이가 상관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이와 배경에 상관없이

각자의 삶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세상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을 넓히는 것.


여행이 알려주는 일이자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더 다양한 사람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야기로 만나고 싶다.









케이프타운 호스트 바니와 만난 이야기 다시 보기




바니와 케이프타운에서 시간을 보내며

바니는 내게 친구 대니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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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가 매번 찾는 시그너힐에 자리를 잡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을 마치고 온 대니가 인사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가져왔어.

노래 들으면서 노을을 맞이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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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의 스피커에 바니가 고른 노래가 흘러나온다.

짐바브웨의 몽롱하면서도 환상적이고, 리드미컬한 사운드와 함께

서로 저마다 케이프타운의 풍경을 눈에 담는다.

조용히 풍경을 음미하며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소리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넓게 펼쳐진 평원을 기대어

끝없이 펼쳐진 노을은 아름답지 그지없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함께 한다는 사실에 증폭된다.




20240108_194402.jpg?type=w773 대니와 함께




대니는 37살로 나미비아 사람이다.

바니가 남아공에 올 즈음 함께 생활을 시작한 대니는

7년 동안 남아공에서 쭉 일해왔다.


"오늘 하루 어땠어?"


서로 안부를 물으며 우린 학교 친구처럼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기도

마음속 깊숙한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삶에서 네가 했던 최악의 행동이 뭐야?"


"나는 고등학교 때 그리 좋지 못한 학생이었지.

내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았어."


그가 고등학교 때 했던 말썽꾸러기 행동을 놀리며

우린 함께 대화를 나누고 서로 웃음을 주고받는다.



"대니, 결혼할 계획 있어?"


그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희망하지.

나는 아빠가 되고 싶어.

너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결혼을 안 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어.

나도 큰 생각이 없었는데, 여행하면서 조금 바뀌더라.


누군가와 함께 삶을 공유한다는 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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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동안 해는

아름다운 일몰을 그려간다.



"삶에서 후회하는 게 뭐야?"


"너무 많지.

파티에 그만 가고,

친구들이랑 놀러만 다녔던 걸까.

그만 취해야겠어."


그는 멋쩍게 웃음 지은 뒤,

떨어지는 일몰을 보며 말한다.


"나는 편안함 속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했어.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가 끝나면 파티에 가고,

또 똑같은 일을 하다가 끝나면 파티에 가기를 반복했지.


작년 말 즈음부터 이런 삶을 조금씩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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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마운틴의 일몰


"대니, 새해 목표가 뭐야?"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지고 싶어.

케이프타운에 온 지도 어엿 10년이야.

이곳은 어느새 안락 지대(Comfort Zone)가 되었어.

내 안락 지대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한테 중요한 게 뭔지를 보고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지.

내가 하고 싶은 거에 집중하다 보니 무언가 명확해지더라."


"컴포트 존에서 나오는 방법이 뭐야?"



"휴식을 취하는 거지.

그러다가 가능성이 올 때, 그걸 잡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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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바라보면서 우수에 젖기도,

순간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음하하!"



장난과 농담으로 하나 된 순간,

호탕하게 웃는 대니와 바니를 바라본다.



'친구 같아서 참 좋다.

한국에서 37살, 31살과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한국에서 37살, 31살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나.'



바니와 대니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 친근함,

이방인에 대한 포용력이 좋다.



37살, 31살, 21살이

그저 바닥에 걸터앉아 함께 석양을 바라보는 일,

그저 지나간 삶을 나누고, 가치관을 공유하는 일,

지금 우리의 순간을 자각한다.


20240108_204718.jpg?type=w773 바니 대니와 함께



문득 나이로 인해 가려져온 지난 한국 생활을 떠올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여행은 나이가 상관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나이와 배경에 상관없이

각자의 삶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세상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을 넓히는 것.


여행이 알려주는 일이자

내가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더 다양한 사람을,

다양한 곳에서,

더욱 다양한 이야기로 만나고 싶다.



"대니, 너는 삶의 이유가 뭐야?"


오가는 질문 속에서

삶의 이유에 대해 짧게 고민한 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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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이야.
나는 여전히 찾아가고 있어.

나는 내가 거울에서 나 자신을 보면서 ‘나 자신은 누 군인가?’를 묻곤 해.
나는 여전히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지금 이 여정은 그걸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지.

산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나는 산의 정상을 오르고 싶어 하지.

음,
우리 모두 인간이잖아.
우리의 목표는 서로에게 베푸는 거야.

인간의 삶의 이유 속에서 베풀면서 내 목적을 찾아가고 싶어




"동의해.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말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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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의 일몰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태양은 본인의 빛을 주황색으로 만들어

케이프타운을 감싸는 바다 전체 위로 잔잔하게 내려온다.



어둠이 찾아온 뒤,

하늘이 검은색 도화지로 바뀌어

케이프타운의 야경을 밝힌다.


어둠을 밝히고자 수많은 건물들이 빛을 밝힌다.




밤에도 아름답게 축복받은 마을,

케이프타운을 뒤덮은 불빛을 바라본다.

나는 앞 좌석에 앉은 대니와 바니에게 말한다.



"있잖아,

사실 나는 케이프타운의 존재도 몰랐고,

남아공에 올 생각도 없었는데

케이프타운에 살고 싶어 하는 글을 읽으면서 의아했어.

그런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거 같아.


케이프타운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야."




아름답고,

청량하고,

또 아름다운 마을을 바라본다.


나는 알고 있다.

이 도시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우리가 함께 하기 때문이란 것을.


구름을 걷혀 나온 별과 보름달을 바라본다.

밤하늘을 가득 메꾼 별과 달은

스피커 너머 흘러나오는 노래를 더욱 달콤하게 한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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