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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May 21. 2024

크리스마스의 이별

작은 별의 이야기


너와 보낸 크리스마스를 모두 기억해.


크리스마스는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어.

는 나에게 목도리를 선물했고 나는 너에게 가죽장갑을 선물해 줬지.

네가 준 목도리를 참 부드럽고 따뜻했어.

그리고 너는 나에게 말했어.


"장갑이 참 따듯해. 고마워"


너의 오른손에 장갑을 끼고 내 왼손에 내가 선물한 장갑을 끼고 너의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잡았지.

우리는 가로등 아래에서 걷고 또 걸었어.

따뜻한 마음을 난로 삼아 코가 빨개지도록 걸었지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


두 번째 크리스마스는 너와 함께 숲 속으로 여행을 갔어.

강원도의 한 숲에서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고 밤하늘을 올려다봤지.

이 숲 근처에서 군 생활을 했다는 너의 이야기.

그리고 네가 본 '작은 별의 이야기'


"군대에서 근무를 서면서 밤하늘을 자주 보았어. 항상 같은 자리에서 작은 별을 봤는데, 그 별은 작지만 어떤 별보다 밝게 빛났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담요를 함께 덮고 우리는 따듯한 코코아를 마시며 밤하늘의 '작은 별'을 오랫동안 쳐다봤어.

너는 그런 사람이었어.

따듯하면서 꿈이 있는 사람

그런 너를 나는 많이 사랑했어



그리고 세 번째 크리스마스.

우리는 아무런 약속이 없었어.

너와 나는 지쳤던 것일까?

이브까지 아무 연락이 없는 너를 기다리며 나는 홈파티를 준비했어.

네가 좋아하는 레드 와인을 사고

네가 좋아하는 프로슈토 피자를 만들어 주려고 준비했지.

그리고 나는 너를 기다렸어.

그렇게 너의 연락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지.


꿈속에서 너와 나는 같이 별을 보고 있었어.

강원도 숲에서 봤던 작은 별 말이야.

담요를 덮고 코코아도 마시고 있었지.

하나 다른 점은, 너는 더 이상 나에게 '작은 별'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아무 말도 없이 우리는 작은 별만 바라봤어.


아침에 일어나는데 눈물이 그치지 않아.

창 밖으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지.


샤워하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그리고 네가 준 목도리를 하고 우산도 없이 걸었어.

걷고 또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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