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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Nov 13. 2024

가을의 이별

처음 너를 보게 된 것은 이맘때쯤 가을이었다.

포시즌스 호텔 앞 커다란 은행나무가 바람에 휘날릴 때, 노란 은행잎은 자유롭게 사선으로 내려앉았다.


높은 빌딩들 사이로 비치는 태양의 빛은 그 광경을 하이라이트를 해주었다.

가을이 이런 날씨임을 알 수 있는 아침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너의 작은 얼굴이 보였다.

하얗고 작은 너의 얼굴.

너는 아이보리색 얇은 코트에 하얀 터틀넥 니트를 입고 있었다.




바람이 다시 한번 불었다.

너의 발걸음에 맞추어 노란 은행 잎은 왈츠를 추며 떨어졌고 너의 베이지색 구두에 살포시 떨어졌다.


은행잎 하나를 들어 유심히 살펴보는 너의 모습

그 모습이 풍경과 함께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가방에서 작고 푸른 책을 꺼내어 노란 은행잎을 책 사이에 넣고 가만히 책을 잡는 너.

그리고 포시즌스 호텔 앞에 높게 솟아있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는 너.


그 사이로 가을의 빛이 내린다.

하얗고 작은 너의 얼굴과 검은 눈동자 사이로.


은행잎이 담긴 푸른 책을 다시 가방에 넣고

너는 은행잎 사이를 걸어간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걸음에 나는 위로받는다.


https://youtu.be/SbPIqimhf78?si=4nNPxIXRTnnMxX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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