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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Oct 11. 2024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당연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

대중교통을 타고 회사를 다닐 때와 다르게 자차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을 하니 못 보던 세상을 목격합니다.

오늘도 출퇴근을 하면서 평범하지만 새롭게 보게 된 점을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운전을 하면 신호등도 있고 비보호 좌회전도 있고 각종 교통신호를 잘 지키고 지나가야 합니다.


정확하게 이 교통 체계? 신호?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아실 것입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하얀 줄이 일정 간격을 두고 쳐져 있는 '횡단보도' 말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횡단보도는 건너는 보행자가 우선이고 차량은 근처에서 일시정지를 해야 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런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실제로는 사람이 먼저인지, 자동차가 먼저인지.


바쁜 출퇴근 시간에 차들은 그런 법은 안중에도 없는지 아니면 모르는지 바쁘게 먼저 가기 일쑤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동차 눈치를 보면서 타이밍을 잡고 잽싸게 건너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보행자의 입장에 있을 때는 저는 '내가 먼저 가는 것'이제 당당한 권리로 생각하고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그러면 횡단보도를 지나가려는 차들도 저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정지해야 합니다.


제 권리를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출근을 하는 길에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하는 골목길이 있습니다.

그 좌회전 신호 앞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있습니다.


저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우선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있으면 멈췄습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앞에 서 있길래 속도를 줄여서 차를 천천히 멈췄습니다.

그 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니, 원래 당연히 차가 멈추는 것인데 왜 나한테 인사를 하지?'


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지나갔는데 그 이후로도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제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 나한테 인사한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틀리고를 따지지 않고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감사함을 표시한 것이구나...


꼭,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받고 혜택을 받았을 때만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항상 타인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우선이니 당연히 내가 먼저 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내 틀 안에서만 나를 보는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깊고 넓고 좋은 마음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그 마음 자체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비싼 돈을 냈으니 당연히 친절해야 해'

'내가 당신보다 높으니 내가 당연히 대접받아야지'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니까요.


내가 누군가를 도와줘서 그 사람이 고맙다고 밥을 사주거나 커피를 사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고맙다' '정말 맛있다' 표현을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미워할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하는 일이 잘 안될 리가 있을까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정차한 운전자들에게 웃음을 건넨 사람들.

당연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알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집니다.

그 효과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크고요.


우리도 그런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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