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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Oct 10. 2024
흑백부동산
요즘 흑백요리사가 유행입니다.
제 주위 사람들이나 온라인에서도 한참 뜨거운 토픽입니다.
물론, 저는 한 편도 보지를 못했습니다.
대중이 열광하면 오히려 청개구리 심보가 생겨서 대중과 역행하는 것을 즐깁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핸드폰을 볼 때 저는 어떻게든 책 한 자라도 더 읽으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구독하고 있는 OTT가 하나도 없기도 하고요.
각설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흑백요리사 이야기를 들어보니 백은 요리를 전문적인 교육기관에서 요리를 배운 사람들, 즉 엘리트 출신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흑은 전문적인 교육 없이 음식을 잘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악하면 흑은 기사식당을 운영하는 재야의 고수 같은 느낌이면 백은 파인 다이닝 스타 셰프입니다.
흑백요리사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한참 듣다가 갑자기 '흑백부동산'이 떠올랐습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이 많이 들어간 글이니 이런 생각으로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흑백부동산에서 흑과 백은 이렇게 정의해 보겠습니다.
흑 : 하급지에서 태어나서 어떻게든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사람
백 : 상급지에서 태어나서 상급지에서의 삶을 유지하려는 사람 (또는 더 상급지로 이동)
먼저 백부동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백부동산의 특징은 크게 아래 3가지입니다.
1. 강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2. 취향이 뚜렷한다.
3.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한다.
하나씩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 강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백부동산은 '강북'에서 사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일원동에 태어나서 집도 일원동에 매수를 하고 평생을 일원동에서만 산 과장님이 있었습니다.
꽤 친한 관계여서 서로 부동산 이야기를 했는데 제가 강북 하급지에 재개발 입주권을 매수한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기서 어떻게 살아? 나중에 애들 키울 수 있겠어?"
저한테는 굉장히 쇼킹한 이야기라서 자주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고 있습니다.
이분 이후로도 강남/서초/잠실에 태어나고 거기서 쭉 사셨던 분들은 자기가 살던 곳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그게 '내 고향'에 대한 애정보다는 강남에 집을 마련하고 강남에서 아이를 키우고 강남에 부동산을 사야 자산이 오르는 등 '강남'에 대한 믿음이 확고합니다.
2. 취향이 뚜렷하다.
백부동산에 사는 사람들은 취향이 뚜렷합니다.
부동산을 예로만 말씀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진짜 강남은 테북이지'
'개포가 강남인가?'
'강남은 한강뷰지'
'잠실이 상급지야?'
자신만의 부동산 취향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매우 강력한 유대감을 느낍니다.
내가 어느 행정구역에 속하고 내가 어느 아파트에 속하는지 그리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까지 해서 자기들 수준에 맞는 취향과 어울리는 성향이 강합니다.
취미로도 본인들만의 취향이 확고하게 있습니다.
그런 취미를 즐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요.
3.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한다.
아이들이 미취학일 때부터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고 투자도 많이 합니다.
자녀 교육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부터 흑부동산과는 다른 차이점이지요.
이들은 '대학에 안 가도 먹고 살길은 많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위 대학의 졸업장은 상급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단순히 대학/대학원 졸업장으로 취업을 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학교를 다니고 성인이 돼서 그 과정들이 엄청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에 의심이 없습니다.
인구감소로 대학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학력도 양극화가 될뿐입니다.
최상위 대학출신은 더 인정을 받고 사회지도자가 될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결국, 그런 최상위 대학을 보내는 대치동 학원가의 위력은 더 강력해집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이라 얼마나 많이 공감을 해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1,2,3번 중에서 '틀린 생각'이 있을 수는 있어도 '나쁜 생각'이라고 드는 것은 없습니다.
그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https://unsplash.com/ko/@gn
이제는 흑부동산을 한번 알아볼까요?
제가 생각하는 흑부동산은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하다.
2. 대중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3. 믿을 건 나 자신뿐이다.
하나씩 또 알아볼까요?
1.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하다.
흑부동산에게는 '상급지' 타이틀이 중요합니다.
강남에서 테북/테남을 나눌 여유도 없고 강남/서초/잠실 할 것 없이 우선 상급지 타이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개 : 라구나님은 어디 살아요?
라구나 : 저 강남이요.
나 강남, 서초, 잠실 살아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석동 살아'는 많이 약합니다.
흑석동에 27억 내고 아리하를 갈거면 엘리트를 가는게 100배 낫다고 봅니다.
흑부동산에게는 행정구역 타이틀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백부동산에게는 '한강뷰'라는 취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컨 투자처로 흑석이 괜찮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
부천시
에서 태어나서 강남구 대치동에 등기를 쳤다는 것이 흑부동산에게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말단 포졸의 아들로 태어나서 최소 사또 아들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대를 거쳐 신분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선택입니다.
그만큼 신분 상승의 욕구가 강합니다.
강남에 산다고 신분 상승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 세계에 부동산 상/중/하급 지는 확실히 존재하니까요.
그곳에 간다고 '행복'이 숨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투자를 잘 해서 삶이 윤택해지고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습니다.
2. 대중교통이 편리해야 한다.
흑부동산은 결국 일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흑부동산은 대중교통 편의성이 언제나 중요한 부동산 선택요소로 따라옵니다.
강남에 살아도 지하철과 가까운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백부동산은 대중교통보다는 아까 말씀드린 '취향'이 더 중요합니다.
이동 수단으로 대중교통보다는 '자차'를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기 하고요.
그래서 '지하철'보다는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냐와 같이 자차 운전이 용이한 곳이 더 선호되기도 합니다.
3. 믿을 건 나 자신뿐이다.
흑부동산에게는 믿을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입니다.
백부동산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더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고 또는 본인이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예를 들면 A와 B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안양
타이거즈와 같은 유명 조폭이 있는 동네에서 태어나서 대부분의 친구들은 공부에 관심도 없고 부모도 자녀 교육에 여유가 없는데 스스로 공부를 잘해서 SKY 입학 후 대기업 서울 본사로 취업한 A
강남구 8학군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탄탄한 사교육을 받고 주위 친구들도 다 비슷비슷한 경제수준이고 공부하는 분위기인 속에서
SKY에 입학 후 대기업 서울 본사로 취업한 B
둘다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환경'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마이클 센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이 참 좋은 책입니다.
책 내용 중에 하버드 MBA에 입학한 대부분의 입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평균 이상으로 부자인 부모를 가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말씀드리면 A는 본인이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자식에게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지원을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는, 대학이 꼭 성공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백부동산으로 가기 위해서 주담대를 많이 받아서 자녀 교육에 투자할 돈이 적거나 부담이 되기도 하고요.
백부동산과 마찬가지로 흑부동산도 '틀린 생각'이 있을 수는 있지만 '나쁜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https://unsplash.com/ko/@eddrobertson
흑백부동산 이야기 어떠셨나요?
흑부동산/백부동산 모두 지향점은 같습니다.
'좋은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흑부동산은 백부동산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백부동산은 흑부동산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백은 흑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볼 수 있고
흑은 백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볼 수 있습니다.
내 스스로가 한계를 정해두면 내가 성장하고 클 수 있는 공간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흑부동산으로 시작했지만 백부동산의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열린 마음으로 흑/백 가리지 마시고 좋은 것을 내 것으로 만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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