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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Jan 30. 2024

어린이 집에서 본 명품 패딩

인간의 욕구는 '돈'으로 충족될 수 없다.


얼마 전에 아웃렛에서 딸들 겨울 패딩을 벌 당 10만 원 주고 사줬습니다


두 딸 모두 올 겨울을 외투 한 벌로 버티고 있었는데,  검은색 가 눈에 보일 정도라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한벌 사기로 했습니다.


진작에 샀으면 더 입었을 텐데 늦게 산 게 후회되긴 했지만 그만큼 세일하는 가격으로 잘 샀습니다.

그리고 두 딸이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20만 원 쓴 값을 한다고 스스로 위로했지요.


다음 날, 첫째를 예쁘게 새 을 입혀서 어린이집에 갔습니다.

어린이집 외투 보관함에 아이 옷을 걸려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메이커가 보였습니다.

바로 '몽크레르'입니다.


어린이집에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옷이 몇 벌 안 걸려있었는데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나 '몽클레' 패딩이 보였습니다.

처음에 드는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키즈 몽크레어는 얼마나 할까?'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


워낙 종류도 많고 다양하니 제가 본 패딩의 가격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50~90만 원선으로 보입니다.

아이들 패딩에 50~90만 원을 태운다...


저녁에 집에 와서 와이프에게 물어봤습니다.

"아가들 명품 패딩 입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남이사~자기 맘이지"

"돈이 얼마 있으면 사줄 수 있을까?"

"선물 받은 것일 수도 있지"

"그렇지, 근데 우리는 딸들 10만 원짜리 사주는데도 고민하고 사줬잖아... 돈이 얼마나 있으면 명품패딩을 편하게 사줄 수 있을까?"

"모르겠네..."

"나는 돈이 많아도 안 사줄 것 같은데... 또 돈이 많으면 생각이 달라지려나?"

"모르지"


1차적인 결론은 이렇습니다.

와이프가 말한 바로 '남이사'입니다.

남이 사든지 말든지 상관할 바도 아니고 뭐라고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자기 돈으로 소비하고 싶은 거 하는 거는 본인의 자유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가들 옷은 아가들이 크느라 1~2년 밖에 못 입을 텐데... 굳이 비싼 걸 사줄 필요 있나?'


성인이면 비싼 명품 사줘도 평생 입으면 되니까 한번 살 거 좋은 거 산다라는 논리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쑥쑥 자라니까 싼 옷을 사줘도 오래 못 입는 것이 좀 아깝습니다.


와이프가 저에게 추가로 이야기합니다.


"당근 마켓으로 좀 입고 팔아도 적당히 비싸게 팔 수 있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 그래도 난 잘 모르겠네..."

"사람들이 명품 사는 게 남들에게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것도 있지만 명품을 가지고 있는 그 자체가 욕구가 충족되는 사람들 있으니까"

"뭐 그렇지 나처럼 사람들이 명품 입는다고 부자라고 생각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나도 요즘엔 내 것 사는 것보다 내 거 살 돈으로 딸들 예쁘게 입히는 게 더 욕구 충족이 되니까 아이들 것을 좋은 거 사는 것 같아"


아하,

결국 엄마아빠들이 자기 비싼 옷 입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좋은 거 입히고 싶은 게 상위 욕구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비싼 패딩을 사서 입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고 다니는 게 좋은 것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에게 비싼 패딩을 사주는 게 이해는 갑니다.

요즘 키즈 관련 명품 매출이 높아서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하네요.

무슨 주식을 사야 할까요?


와이프대화는 이어집니다.

"오빠도 돈 있으면 몽클레르 패딩 사고 싶지 않을까?"

"음... 아니? 나는 이제 안 살 것 같은데

고민을 해봐도 저는 아닙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비싼 소비재를 사고 싶지가 않습니다.

근데 저도 생각해 보면 사회초년생 때 잠깐 비싼 옷을 샀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 이건 과정이다.

소비의 유혹에 빠지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과정에서 짧고 적게 소비를 하고 빠져나오면 이제는 소비보다는 자산 형성에 관심을 가지는 시기가 생긴다"


부자에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번 만큼 쓰면서 부자로 보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하나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여서 남에게 보이는 소비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로 모범적인 박재범 씨 이야기를 참고로 넣어드립니다.



소비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어느 시기가 되면 소비 자체가 아까워지고 필요 이상의 돈을 쓰는 것을 멀리하게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근검절약하시는 분들이 대단하지요!​


부자가 된 사람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게 '절약'인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돈으로 충족시킬 순 없습니다.

인간의 욕망은 돈보다 더 무한하기 때문이죠.


결국 '독서'와 '성찰'을 통해서 내 안에 있는 욕망을 어떻게 잘 다스리고 소비를 잠재울 것인지가 중요하겠습니다.

물질적 만족은 끝이 없기에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돈'을 넘어선 '가치'있는 일을 찾게 됩니다.


'골든 구스' 신고 '몽클레르' 패딩 입으면 뭐 합니까?

그런다고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나'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무소유를 외치면서 풀소유를  혜민 스님의 삶을 대중들이 외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무소유나 풀소유보다 '적정'한 게 사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결론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개인의 욕구를 돈으로 충족시킬 수는 없다.


2.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욕구에 의한 소비를 많이 하게 되면 돈을 모을 수 없다.


3. 돈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소비' 인지 '자산 형성'인지 고민하고 본인의 가치관에 맞게 돈을 쓰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는 본인 책임지면 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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