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중지추 Apr 22. 2024

참 날이 좋다

미세먼지가 오늘은 좀 수그러진 탓이다.  오랫만에 산책을 했다. 햇볕도 뜨겁지도 않고 바람도 차갑지 않다. 공기도 적당히 부드럽고 하늘은 맑다. 길가 양쪽으로는 벚꽃과 목련꽃이 좋은 풍경을 이루고 있다. 마치 숲속을 걷는 느낌이다.  평소에 달리기를 하고 버스를 타고 다닐 때는 못느꼈는데, 도로 양쪽이 꽤 울창하다. 

오랫동안 꽃이 이쁜 줄 몰랐다.  꽃이 피는지 꽃이 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이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꽃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이렇게 실감이 날 수가 없다. 

꽃이 피어도 지나쳐 가기에도 바쁜 시간이었고, 꽃이 져도 아쉬움에 빠지기 보단 얼은 움직이고 걸어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꽃은 그저 내 옆에서 피고 지고 하나의 사물에 불과했다. 저따위 꽃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라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순간 피었다가 지는 꽃이 새삼 이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짧은 순간 피고 지더라도 이 순간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야만 좋은 것이 아닌 것 같다. 오늘도 피었으니 내일도 피어야 소중하고 아름다운것도 아니다. 

한순간 피고 지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소중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순간 너로 인해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순간의 행복만큼은 명확하게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나 자신이 느끼는 행복만큼은 포기해서는 안될 것 같다. 꽃이 주는 기쁨과 희열이 짧더라고 이 순간 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그럼에도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