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누가 불쌍한 사람인가

<레 미제라블 3>_빅토르 위고, 민음사

by 피킨무무 Feb 04. 2025






 3편의 주인공인 왕당파 외조부의 손에서 자란 퐁메르시 남작의 아들, 마리우스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 생각하고 자랐으나 사실은 보나파르트파였던 퐁메르시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외조부가 둘을 갈라놓았었음을 아버지의 임종 후에야 알게 된다. 외조부에 대한 반항심과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지극한 부정을 너무 늦게 깨달은 죄책감으로 그는 반왕당파가 되어 외조부의 집을 나와 빈궁하게 살아간다.


 하필 그의 옆 집에 전 재산을 날리고 이제는 타인의 선의에 빌붙어 사기를 치며 살아가는 테나르디에가 살고 있었고, 우연히 코제트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정체를 숨긴 장발장이 테나르디에의 올가미에 걸리자 출동한 경찰이 자베르였던 것은 과연 운명의 장난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렇듯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원한과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서 모든 인물이 파리의 뒷골목, 테나르디에의 빈궁한 소굴에 모이게 되는 장면은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출중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동시에 작가는 당시의 파리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역시 소홀히 하지 않는다. 빈민가와 귀족들의 생활상을 대조시켜 보여주고 비참하게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에 주목한다. 파리를 떠도는 부랑아들에 대한 묘사는 당시의 파리의 빈민가의 하류층의 삶을 짐작가능하게 한다. 가난은 아이에게서 집과 부모를 빼앗고,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은 언제든지 범죄자가 될 준비를 마쳤다.(그런 의미에서 3권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거리의 아이, 가브로슈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매우 궁금하다.)


"(...) 방황하는 아이들이 파리에 시글시글했다. 울타리 없는 토지와 건축 중인 가옥들에서, 그리고 교호들 아래에서 순찰하는 경찰들이 당시 연행한 집 없는 아이들의 수는 통계에 의하면 해마다 평균 이백육십 명이나 되었다. 그러한 소굴들 중 여전히 유명한 소굴 하나는 '아르꼴레 다리의 떠돌이들'을 낳았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사회 증상 중 가장 불행한 것이다. 인간의 모든 범죄는 어린아이의 방황에서 시작된다."p.20


 마지막 장면에서 장발장은 자신을 해치고 돈을 빼앗으려는 테나르디에를 포함한 뒷골목의 불한당 무리를 향해 외친다, "당신들은 불쌍한 사람들이오."p.406이라고.


 이제 나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불쌍하고 비참한 사람들은 이제 누구를 가리키는가를 생각해 본다. 앞서 1,2권에서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소외되었던, 그러나 착한 성품을 가진, 동정을 받아 마땅한 장발장과 팡틴, 그리고 코제트를 불쌍한 자들이라 했다면 3권에서 작가는 장발장의 입을 빌어 테나르디에를 위시한 불한당들조차 불쌍하다 말한다. "왕년에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고, 영업 면허장이 있었고, 선거권이 있었고, 하나의 시민이었"p.383던, 이제는 몰락하여 밑바닥에 처박혀 쓰레기라 불리는 자들. 그들의 갱생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은 이제 사회적 몰락과 회복의 탄력성이라는 문제에 이르러 천성과 도덕성이라는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적 포용과 복지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말한다. "인간 쓰레기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빛이다. 넘쳐흐르는 빛. 서광에 대항하는 박쥐는 한 마리도 없다. 밑바닥 사회를 비추어라."p.268


그렇다, 우리에게는 빛이 필요하다, 혁명이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낙관하자, 우리는 모두 강한 사람들이니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