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선 Sep 21. 2023

또 실망하는 게 너무 두려울 때 의지할 곳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하지 않는다는 말 - 동의하지 않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와 기대를 하는 걸 꺼리지 않았는데, 언젠가 이젠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언제나 모든 걸 쏟아붓는데,

이번에야말로! 하며 모든 힘을 다해 믿을 텐데,

그렇게 흠뻑 쏟고 쌓아 올린 진심이 와르르 없는 일이 돼버렸을 때 태연하게 음, 좋은 경험이었어! 할 자신이 바닥나버리면, 도대체 무엇이 우릴 앞으로 나아가게 할 원동력이 될까요.


앞으로도 보장된 성공은 없을 테고, 결과를 추측할 수 없을 텐데,

믿음이 사라진 데엔 실망의 번복이 증거처럼 뒷받침돼 있는데.

나를 지켜내려는, 비슷한 아픔에서 할애하려는 나의 합리적인 두려움은 어떻게 잠재워주나요?


결론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만약 또다시 실망스러운 결과가 있더라도, 비슷한 아픔이 되풀이될지라도, 그게 날 무너뜨리게 두지 않을 거란 나 자신에 대한 믿음.

실망을 겪으면 우린 당연히 움츠리게 되지만, 살아가는 이상 막지도 숨지도 못할 리스크 사이에서 우리가 컨트롤하고 확신할 수 있는 건 나 자신, 그뿐입니다. 제가 가장 처참히 무너졌을 때를 돌이켜보면, 상황 자체보단 어떤 방식으로던간에 제가 제자신을 버렸을 때였어요. 


떠난 타인이 나 자신보다 소중해서 그 관계가 쓰러지니 나 역시 무너졌을 때.

나조차 나를 시험한단 마음으로 외부적인 평가에 내 목을 내놨을 때.

너무 어리고 힘이 없어 나를 폄하하는 말들에 수긍해 버렸을 때.


혹시 모를 아픔을 대비하고 경계하느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현재로선 알지 못하는 새로운 행복을 막지 않았으면 해.

지금까지 살아오고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게 당연하지만, 오직 그것만으로 미래를 꿈꾸고 가능성을 그려나가면 너무 제한적이잖아.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색과 폭이 내가 지금까지 아는 것만이 다는 아닐 수 있지 않을까?

그 무엇도 네가 다시 다치지 않을 거란 확신은 못 주겠지만, 만약 다쳐도 이 상황을 너에게 겨눈 화살로 돌리지 않을걸 약속할 수 있어.

무너져 내린 기대에 또다시 믿기 힘들어진다면, 네가 결국 다시 일어날 때까지 사랑과 용기를 속삭여줄 나를 믿고 네가 설레는 미래에 도전해줘. 


실망스러운 결과의 번복에 - 특히 매번 온 마음을 다해 믿었다면 - 누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가 방어적인 태세로 삶을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실망에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내 꿈,

상처가 두려워 열지 않는 마음, 맺지 않는 관계들.


기대가 크단 건 실망도 크겠지만 그만큼 얻어낼 것도 많은 거야 - 느낄 수 있는 행복도 크단 것이니 이왕이면 얻을 것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게 더 설레는 방식이라 생각해. 그리고 리워드에 걸 기대를 충전시킬 수 있는 건 내가 날 포기하지 않을 거란 믿음밖엔 없어.


실망에서 느낄 하락이 무서워 기대 없이 사는 게 날 위한 거란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아, 후회보단 다시 일어나는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나한테 내가, 

당신이 당신에게.


@han______su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