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선 Oct 22. 2023

후회 없는 헤어짐을 장담합니다.

헤어짐과 재결합을 거듭하는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가 언제든 끝날 수 있단 가능성이 염두에 두어지는 만큼, 정말 끝까지 가고 싶은 관계에서 쉽게 헤어짐을 얘기하는 것만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렇게 행동하면 우리의 끝이 다르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만큼 관계의 종결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없는 거 같아요. 간절히 잡고 싶은 관계의 끝이 무시하려 해도 자꾸 보일 때, 최대한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어낸 단계들이 있습니다. 관계가 마무리되고 요동치는 감정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릴 때, 나의 논리와 이유들이 내 감정을 위로해 줄 수 있도록. 혹은 관계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1번째

기간을 정해놓고 내가 원하는, 받고 싶은 사랑을 상대방에게 줘보기.  


사랑을 받아본 적 없으면 줄 줄 모를 수도 있어요. 이 사람이 아는 사랑이, 내가 아는 사랑과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몸소 상대에게 먼저 주는 것만큼 극명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법은 없습니다.


몇 개월 정도 기간을 정해놓고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먼저 줘보세요. 상대방의 리액션에 맞춰 사랑을 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주는 만큼만 나도 줘야지가 아니라, 내게 후회 따윈 남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내 마음을 표현해 봅니다. 내 사랑이 너무나 확실해서, 상대방의 사랑에 대한 방어심이 녹아내릴 만큼. 내가 주는 사랑이 따듯해서 나한테 주고 싶어 질 만큼. 여기서 상대방이 우리와 같은 사랑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자신의 방어를 내려놓을 노력을 보일 것이에요. 적어도 전 이런 맞노력을 하는 사람을 원합니다. 우린 주는 만큼 받는 사랑을 할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내 사랑에 대한 감사함을 안 보이는 사람이라면, 아직 사랑 자체를 할 준비가 덜 된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그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기약 없는 기다림 속 계속해서 내 마음이 멍드는 게 정말 괜찮은지 - 나를 버려가면서 타인은 택하는 건 사랑의 본질에서 점점 멀어질 수 있는 선택인 건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2번째

상대방에게 내 모든 생각들과 두려움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상대라고 판단하에) 얘기해 보기.


그 사람에게 쏘아붙이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얘기해 주세요. 극단적인 감정들의 근원인 그 사람 고유의 아픔과 결핍을 기억에 새기고, 최대한 그 결핍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절대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를 다시 벌리기 싫어요.


만약 내 얘기를 듣고 상대가 특정 행동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거나 나에게서 멀어진다면 어차피 진짜 나를 감당해 내거나 사랑해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에 조금 더 담담히 예정된 이별이었단 게 인정됩니다. 이 사람과 계속 만났으면 진짜 나로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란 걸 알면 좀 더 초연해질 수 있어요. 물론 그러려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굳건히 뒷받침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소통을 통해 상대가 나를 좀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때가 됐을 때 상대 역시 자신의 얘기를 한다면 - 함부로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사랑을 쌓아 올리는 단계의 시작을 축하할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거 알아요. 이 모든 건 나의 가장 약하고 아픈 모습들을 다시 한번 거부당할 수 있는 상황에 오픈하는 거니까 - 아마 어린 시절 가장 상처됐던 감정들을 또다시 느낄 위험을 무릅쓰고 행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나를 향해 등 돌리지 않겠다는 약속이 기반이 된다면, 우린 할 수 있어요.



3번째

서로 느끼는 사랑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다르단 걸 인지하고 내가 못 보는 상대의 사랑이 있는지 헤어짐을 결단하기 전에 살펴보세요.


그리고 내가 정말 이 다름에서 행복함과 마음의 충족감을 찾을 수 있는지, 아니면 계속해서 상대가 바뀌기만을 염원하며 관계를 이어갈 듯한지 정말 솔직하게 인정해야 후회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상대방의 사랑표현이 내가 바라던 모습과는 다르지만, 그 자체로 감사하고 내 마음을 풍족하게 해 준다면, 그 관계는 이어 나가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더 자세히는 "주는 사랑, 받는 사랑"글에 다루었습니다.




-----------

1. 개인적으로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을 땐, 진심으로 상대방이 행복하길 빌 수 있을 때 같다. 비록 그 행복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 덕분이더라도. 그의 행복이 나이길 간절히 바랐던 시간들을 등지고, 난 너의 삶에 없어도 네가 제발 행복해지길 빌 수 있을 때, 그때 인연이 다 한걸 직감했다.


2. 아무리 나쁜 사람이었고, 아무리 상대가 잘못한 게 많아도, 사랑받고 주었던 기억이 있는 한 어느 이별이 쉬울 수 있을까. 이별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사랑을 한다면 그 사랑의 끝이 이별이 아닐 수 있을까? 나의 회피적인 성향은 내가 행복할 때 자꾸 벽을 세우게 하지만, 사랑을 할 땐 최대한 그 순간에만 머무르려 노력해야겠다.


3. 최근에 이 모든 조항에 맞는 "좋은" 이별을 했다. 서로 사랑만을 가지고 보내주는. 후회가 없으면 사랑의 끝도 견딜만할 거라 착각했던 내가 우습도록 이번 이별 역시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랑이 두려워지진 않았다. 다신 사랑 같은 거 안 해. 사랑이 무서워. 이런 마음보단 그냥 서로 함께 나란히 걸었던 길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함께 하는 길이 너무 일찍 끝나 아쉽고 또 아쉬울 뿐이지만, 우리가 함께한 기억들이 서로의 더 큰 행복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으면서 사랑을 다시 믿어보게 된다.


어느 연애스킬도, 심리분석도, 논리적인 이유도 사랑 앞에선 힘을 잃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계속 믿을 수 있는 상태에서 끝을 맞이한 단것이 훨씬 더 큰 의미고 축복인 거 같습니다. 부디 우리 모두가 사랑을 계속 믿을 수 있길 바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