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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May 23. 2023

Case 1. 뮤지컬 RENT (part2)

우당탕탕 뮤지컬 분석실, 오로시 LAB

본 포스트는 오로시 에디터들의 주관적인 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KOPIS 공식블로그


No Day, But Today. 오늘의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강렬한 이야기

뮤지컬 렌트


뮤지컬에서 음악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인 음악!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의 의도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뮤지컬에서 음악은 그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인물의 심리 상태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 작곡가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음악을 지금 장면에 넣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극을 본다면 더더욱 재밌어지지 않겠는가?'


저번 포스트에 이어 여전히 <RENT>를 연구 중인 에디터들과 함께

넘버별 매력포인트들을 들어보도록 하자



One Song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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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roadwayinHD - One Song Glory - RENT (2008 Broadway Cast) 영상 중 캡쳐


극 중 로저는 한 때 잘 나갔던 뮤지션으로 에이즈 양성환자이다. 죽기 전 길이 남길, 영광스런 곡을 쓰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살아간다. ‘One Song Glory’는 이런 로저의 심정이 담겨있는 넘버이다. 화려한 고음이 나오는 것에 그저 박수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는 곡이지만 보컬이 아닌 음악에 집중해서 다시 들어보자


 노래 도입에 나오는 기타 선율, 마치 촛불이 일렁이는듯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실제로 로저는 이 곡 안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촛불이 꺼져버린 현재, 시간이 얼마 없으니 빨리 곡을 써야한다고 이야기한다. One Song Glory의 도입 기타 선율은 '뮤제타의 왈츠' 멜로디인데, 극 중 로저의 등장에는 늘 함께 하는 선율이다. '뮤제타의 왈츠' 멜로디는 계속에서 로저의 고뇌와 함께하고 언제나 다음 멜로디로 이어지지 못한채 사라진다. 하지만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로저가 자신의 곡을 찾았을 때 다음 멜로디로 연결되며 하나의 곡을 이룬다. 로저의 기타 선율이 어디에서 등장하고, 언제 완성되는지에 주목해서 렌트를 감상해보면 로저의 성장이 확실히 보일지도 모른다.


한편, '촛불' 또한 로저와 계속해서 함께 한다. 촛불이 일렁이는 듯 했던 One Song Glory의 다음 장면은 ‘Light My Candle’로, 로저의 인생을 바꿔놓을 미미가 나타나 자신의 초에 ‘불’을 붙여달라 이야기한다. 꽤나 재미있지 않은가? 극 중 미미는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며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가는 인물이며 로저에게 No day, But today를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로저의 초에 불꽃을 다시 붙여줄 인물이 나타나 자신의 초에 불을 붙여달라고 한 것이다. 




I’ll Cover You, I’ll Cover You Re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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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roadway.com (photo : joan marcus)

다음으로는 콜린과 엔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넘버인 ‘I’ll Cover You’를 떠올려보자.

 이 넘버는 엔젤이 먼저 부르기 시작해 콜린이 이어받아 부르고, 이후 둘이 함께 부르다 서로 주고 받으며 사랑을 노래한다. 처음 시작 부분에서 엔젤과 콜린의 음정 구성을 집중해서 들어보라. 드랙퀸이라는 특성도 작용됐겠지만, 콜린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엔젤과 무정부주의자, 즉 어딘가 정착하거나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인 콜린의 성격이 잘 느껴지지 않는가?


 위에서부터 멜로디를 그리며 콜린에게 부드럽게 손을 내밀어 그를 인도하는 엔젤과 어딘가 정착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콜린이 밑에서부터 멜로디를 그려나가다가 중간지점에서 두 사람의 선율이 하나가 된다.

서로의 위치에서 시작해 하나로 합쳐지는 선율은 두 사람의 마음의 이동을 그대로 그려낸 듯하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파트에서는 둘의 사랑이 드디어 이뤄졌음에 절로 웃음 짓게 되기도 한다. 실제로 19번째 넘버, 즉 1막의 3분의 2 지점에 가서야 둘이 정식으로 연인으로 발전하는만큼, 1막 내내 저들은 언제 정식으로 연인이 될까, 하며 애를 태워왔던 관객들의 마음을 달콤한 선율로 달래주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이어지는 21번째 넘버 Christmas Bells에서 엔젤이 콜린에게 코트를 선물하는데, 길거리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코트를 뺏겼던 콜린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 장면이 둘의 서사에 애틋함을 한껏 더 불어넣어준다.


 다른 한편 엔젤이 죽은 후 그의 장례식장에서 부르는 ‘I’ll Cover You Reprise’ 속에서는, 생전에 나눴던 사랑의 말들을 뱉으며 그의 죽음을 기리는 콜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엔젤이 자신에게 건네었던 말로 시작하는 이 넘버는, 엔젤에게서 들었을 때는 더할나위없이 달콤하게 들렸던 말들을 비통한 이별의 슬픔으로 바꾸어 전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콜린이 끝까지 엔젤에게 받은 사랑, 엔젤에게 건냈던 사랑을 끝까지 지켜가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느낄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나눠불렀던 멜로디들이 온전히 콜린의 것으로 바뀐 이 구성은 엔젤이 주었던 사랑이, 이젠 콜린에게 온전하게 머무르게 되었음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다른 여섯 인물의 정신적 지주를 콜린이 대신하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Santa 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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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roadwayinHD - Santa Fe - RENT (2008 Broadway Cast) 중 캡쳐

 콜린하면 생각나는 대표곡, ‘Santa Fe’는 콜린이 자신의 유토피아를 상상하며 부르는 곡이다.

어떠한 차별도 없는 그의 이상향을 말하는 이 넘버에 각자의 아픔을 겪는 마크와 엔젤, 홈리스들의 목소리가 더해지며 그 향취를 극대화시킨다. 

곡 도입부에서부터 쭉 그려지는 베이스가 만들어주는 멜로디 라인에 집중해서 들어보라. 마치 낙타가 평화롭게 걸어가는 사막이 떠오르지는 않는가? 실제로 Santa Fe는 미국 뉴맥시코 주의 주도로, 관광 및 휴양지이다. 인디언과 멕시코인의 수공예품이 널리 알려진 곳인데 굉장히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콜린이 그려내는 산타페는, 현실의 춥고 배고픈 환경에서 벗어나 일한 만큼 돈도 벌고, 따뜻한 삶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What You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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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roadwayInHD - What You Own - RENT (2008 Broadway Cast) 중 캡쳐


돈을 선택한 마크와 친구들을 떠나 음악을 찾으러간 로저의 듀엣곡이다.

이 넘버는 알렉시 달링쇼의 진행을 맡았던 마크가 현실에 굴복한 자신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고, 엔젤의 목소리, 엔젤의 삶을 떠올리는 순간에서 시작한다. 넘버가 진행되면서 마크는 알렉시 달링쇼를 그만두고 불안정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추구했던 이전의 삶으로 돌아온다. 다른 한 편 로저는 뉴욕을 떠나 산타페로 음악을 찾으러 갔다가 마침내 자신의 음악이 미미였다는 것을 알고 돌아온다. 

이처럼 What You Own 속에서는 시간과 사고의 흐름이 꽤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사실에 집중해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처음 넘버가 시작할 때 드럼의 소리가 마치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게다가 곡 내내 이어지는 드럼 비트는 마치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듯한 느낌을 만들어준다. 이런 두 가지 음악 효과는 마크와 로저가 각자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는 뉴욕 맨해튼으로 돌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속도감 있는 비트와 좌우로 빠르게 그어지는 동선은 인물들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으며 실제로 인물들의 생각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에 긴장감과 몰입감을 만들어주는 효과를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에디터 | 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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