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맹신

당신이 믿는 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나요?

by 채정완
눈 가리고 맹신_acrylic on canvas_80.3X116.8_2020.jpg 눈 가리고 맹신 Blindfolded faith, acrylic on canvas, 80.3X116.8, 2020

종교의(宗敎)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한 불교용어로 인도에서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되었을 때 능가경의 '근본이 되는 가르침'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Siddhanta Desana를 한역한 용어였다고 한다. 으뜸 종(宗)에 가르칠 교(敎), 즉 으뜸의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교는 초월적인 대상이나 궁극적인 진리 등을 설정해 놓고 그 지향점에 따라 사람이 어떠한 도덕적 가치를 지켜야 하며,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제시해 주었다. 그렇기에 종교는 지금까지 인류가 사회를 유지하는 정치적 구심점이 되는 역할을 맡아 왔다.


인류가 발전을 거듭하며 이성적 사고와 과학 기술의 진보로 인해 민주주의 사회를 추구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는 빠르게 세속화가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종교가 가졌던 역할들을 국가의 정부 기관들이 맡게 되었다. 그에 따라 종교는 국가가 맡아서 하지 못하는 부분들, 사회에서 외면되는 계층들에 대한 복지나 인간 개인의 내면의 심리적 안정, 정치가 추구하지 못하는 사회적 이상을 꾸준히 일깨워주는 등의 역할을 하며 현대 사회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위의 예시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긍정적인 부분을 기술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모습도 굉장히 많다. 종교 자체가 거대한 권력이 되어 신의 이름을 빌려 신도들의 주머니를 갈취하고 그 돈으로 궁궐 같은 거대한 예배 장소를 만들어 더 많은 신도를 끌어들여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고 그 권력을 자식들에게 세습하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권력을 자신들과 반대되는 이념을 가진 이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고 정치와 담합하여 서로의 세력을 키우는 데만 집중한다.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사회에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뒤로한 채 그저 종교의 탈을 쓴 거대한 이익 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세속화가 이뤄지지 않은 현대 국가들 속의 종교는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비해 종교적 가르침은 구시대적 관점에 머물러 있고, 종교 원리주의자들은 이런 시대적 변화에 자신들의 권력의 위기를 느껴 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자신이 믿는 종교와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의 의견에 격한 반대를 표하고 이런 반응이 극에 치우치면 테러리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세 종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떠올렸을 때 어떤 종교적 화합이나 평화, 사랑이 떠오른다기보다는 반목과 투쟁, 테러, 전쟁이 먼저 떠오른다는 점이 현대 종교의 문제점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현대 종교는 인간의 모순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로 느껴질 때가 많다.


모든 종교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신께 기도를 드린다는 것이다. 기도는 자신이 믿는 신에게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으로 그 속에는 신이 주는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싶다면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그 가르침과 이념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를 외면하고 자신을 위한 기도만을 올린다면 그것은 종교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그저 자위적 행동에 머무는 것 아닐까?

keyword
이전 16화안전벨트를 꽉 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