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손아귀에서 정해지는 사회적 정의
옳고 그름을 정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현대 국가들은 법치주의를 앞세워 헌법에 근간하여 국가를 운영해 나간다. 헌법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세우며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한다. 그리고 이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
'평등'이라는 가치는 옳고 그름을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평등한 기준은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형성한다. 이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정의로운 규범을 따르는 데 동기를 제공한다. 반대로, 불평등한 기준은 불만과 갈등을 초래하여 사회적 불안을 유발하기 때문에 평등은 옳고 그름의 기준을 공유하고, 모두가 그 기준에 동의하게 만드는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이 평등의 이상은 현실의 권력 구조 앞에서 무너진다. 법과 규범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권력을 가진 집단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설정하고 해석한다. 실제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고액의 변호사를 고용하여 유리한 법적 해석을 통해 처벌을 피해 가기도 하고, 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은 특정 사안들을 편향적으로 보도하여 여론을 조작함으로써 법적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이렇듯 결국 옳고 그름의 기준은 평등이라는 이상을 벗어나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태에서 결정된다.
'누가 옳고 그름을 정하나?' 작품은 이런 현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누가 봐도 범법 행위로 볼 수 있는 일방적인 폭력의 모습에 '옳음'을 뜻하는 동그라미를 치고 있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대로 사회 정의를 규정하는 권력자들의 행태를 그려내고자 하였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권력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을 넘어, 우리가 진정으로 평등한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유리한 규칙이 아닌, 다양한 관점이 반영된 기준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단순히 출신 당이나 지역같이 편협한 생각으로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정치적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는 지지를 보냄으로써 정당한 사회적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그 선출된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행보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결국, 평등한 법치주의는 권력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책임감과 연대 의식을 가지고 함께 지켜나갈 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