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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자와 속삭이는 자

대중의 분열과 그걸 부추기는 선동가들

by 채정완
싸우는 자와 속삭이는 자_acrylic on canvas_65.1X90.9_2025.jpg 싸우는 자와 속삭이는 자 The Fighter and the Whisperer, acrylic on canvas, 65.1X90.9, 2025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원시시대부터 군락을 이루며 생존해 왔고 농업혁명, 산업혁명, 녹색혁명을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자원생산량을 바탕으로 사회의 규모를 키워왔다. 그와 함께 큰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법과 제도들의 발전 역시 함께 이뤄졌다. 그리고 세계화와 함께 단순히 하나의 국가가 아닌 전 세계가 따르는 여러 국제법이 제도화되어 국가들을 규합함으로써 지구 전체 사회를 거대화했다.


그렇게 잘 규합되는 듯 보였던 전 세계의 인류 사회는 21세기 들어서 다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미 중 갈등 등 여러 국가 간의 분쟁이 시작되었고 각 국가 내에서도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극단적 대립과 적대감을 목격하는 것이 아주 빈번한 일이 되었다.


대중들이 분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여러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기 시작했고, 사회적 가치 역시 빠르게 변해간다. 그에 대한 이질성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해하기에는 그 물리적 시간이 너무 짧았다. 문제는 이런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의 모습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각 개인에 맞춘 정보 전달이 가능해지면서 확증 편향이 심화하고, 자기와 다른 의견은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모습의 대중을 정치인, 언론, 인플루언서들은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정치 세력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우리 vs 그들'의 구도를 만들어 대립을 부추기고, 언론과 인플루언서들은 이런 분열의 자극적인 모습을 더 과장되게 노출하여 클릭과 조회수를 유도한다.


사회에서 정치인과 언론은 사회의 문제들을 찾아내고 그 균열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양극화를 줄여나갈 수 있게 고민하는 것이 그들의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현대의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이런 갈등에 상처받는 대중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에게 이익에 된다면 이런 사회적 분열을 부추기는 불쏘시개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싸우는 자와 속삭이는 자' 작품은 이렇게 사회에서 벌어지는 분열 안에서 충돌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부추기는 선동가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속삭이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와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대중이 서로를 적대하는 구조를 허물어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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