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망토 아래 사람들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벌어지는 일

by 채정완
망토 아래 사람들_acrylic on canvas_72.7X90.9_2025.jpg 망토 아래 사람들 People beneath the cloak, acrylic on canvas, 72.7X90.9, 2025

망토는 단순한 의류가 아니라 권력과 지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고대 로마의 장군들은 전쟁 승리를 기념하며 붉은 망토를 두르고 개선식에 나섰고, 중세 유럽에서는 왕과 귀족, 고위 성직자들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길고 화려한 망토를 걸쳤다.


망토가 권위의 상징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망토는 일반적으로 값비싼 천으로 제작되며 이를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계층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망토는 신체를 감싸며 웅장한 실루엣을 연출하여 권위적이고 위엄있는 이미지를 만들고,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어 대중들 앞에 서는 행사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는 슈퍼히어로 영화 속에서 망토가 강한 존재를 상징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슈퍼맨의 붉은 망토는 정의를 상징하고 배트맨의 검은 망토는 공포와 그림자의 힘을 나타낸다. 이처럼 망토는 힘과 영웅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힘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그 힘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미디어 속의 영웅들처럼 항상 정의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서 우리는 종종 권력자의 그늘에서 그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을 본다. 정치권에서는 특정 지도자 주변에 몰려든 측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기업의 경영진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법과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사례도 많고, 재벌가의 친인척들이 기업을 사유화하고 부당한 특혜를 누리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권력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었을 때 그 힘을 공유하는 자들에 의해 더욱 불공정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망토 아래 사람들' 작품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익명의 존재들이 한 사람의 붉은 망토를 들어 올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권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의 곁에 붙어 그 힘을 공유하며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그들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권력자의 성공과 위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존재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 또 다른 권력자들이다. 이런 사유화된 권력은 그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권력이란 그 자체로 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주위를 둘러싼 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권력을 오용할 때, 사회는 균형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에서 누가 망토를 두르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겠지만 그만큼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그 망토 아래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닐까?

keyword
이전 11화싸우는 자와 속삭이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