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반짝이는 소중한 존재들에게
작년 12월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크리스마스는 꼭 세비야에서 보내는 걸로 계획했다.
반짝이는 것들을 많이 팔고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도 꼭 가보고
이브 자정에는 세비야 대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린 시절 성당을 다녀
크리스마스는 설날, 추석 같이 조금 신나는 명절 같은 것이었다.
12월 한 달 내내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고
엄마 심부름이나 동생을 도와준 것 같은 소소한 착한 일들을 기록하여
성탄절 당일 미사에 헌금하였다.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소원을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나의 소원에 덧붙여 빌었었다.
그래서인지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유독 좋았다.
하지만 그것만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천문학도를 꿈꾸며 매일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
여의도, 해운대, 일본 불꽃놀이를 좋아했었고
루미나리에를 보는 것도 좋아했었다.
이젠 그런 것들을 생각하더라도
더 이상 두근거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소 슬픈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모든 반짝임과 설렘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작년 12월 24일은 세비야에 있었다.
밝은 낮과 어두운 밤
같은 장소라도 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공기와 기운은 완전히 달라진다.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낮도 좋지만
한 치 앞을 잘 모르는 칠흑 같은 밤도 좋다.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고,
알리가 없으니 두려움과 공포로 움츠려든다.
두 손으로 팔과 어깨를 감싸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늘 그곳에 있었지만 태양에 가려 빛을 놓쳤던 그 별이
다행히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한다.
빛을 발하는 장식들은
별을 닮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감싸는 어둠이 있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시선을 받고 이미 아름다워진 조명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바라보는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과 나이 든 노인에게도 옛날 밤하늘의 별을 볼 때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가짜라는 걸 알지만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그저 평범한 나는
태양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주변으로 뿜어내거나
선망 어린 눈으로 바라볼 눈부신 존재도 아니지만,
어둠이 깔리고 이어 차갑고 조용해지는 시간이 되면
나도 이곳에서 반짝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작은 안심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런 나는 나를 닮은 너에게 끌려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루미나리에가 되어
밤을 밝히고 작은 탄성을 만들어낸다.
그런 소소한 삶을 지향한다.
그런 작은 반짝임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