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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구두를 신은 Jul 07. 2024

[소설] 담장 위 하얀 찔레꽃 3화

3화 신재영


‘쳇, 저런 놈을...’

주현이를 바라본다. 딱히 재영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주현이가 신재영 같은 스타일이 천박하지 않다고 하니 살펴볼 일이다. 다가가서 보니 무슨 악보 같은 것을 보고 있다. 음악을 했던가? 그러고 보니 교실 뒤편에 기타가 세워져 있었다. 공부 시간에도 선생님이 이름을 지목하여 물을 때나 대답하지, 늘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데도 잠이 안 오는 게 신기하네?’

성우는 늘 대답이 씩씩하다. 대답을 씩씩하게 해야 잠이 안 오고 수업에 집중이 잘 된다. 사실 음악 시간에 문제가 되어서 그렇지 선생님들은 모두 성우를 좋아한다. 특히 사회 선생님은 성우를 존경한다.

“성우야, 넌 어쩜 그렇게 논리 정연하니? 네 얘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감탄이 나온다.”

사회 선생님은 교사들 워크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성우와 진혁이를 꼽았었다. 성우가 지적이고 리더십이 강한 스타일이라면 진혁이는 인품이 훌륭하고 포용력이 뛰어난 인재라고 했다.

“성우와 진혁이를 보유한 12반 선생님은 올해 행운이에요. 샘~~”

하면서 12반 담임선생님을 부러워한 적도 있었다. 수업 중 성우의 대답은 늘 명쾌하고 솔직하여 매력적이다. 정답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서 더 유의미하다.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선생님.”

이 정도의 반론은 일방적인 수업을 쌍방향으로 바꾸어준다. 주입식 교육이라는 것이 교사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입 꾹 다물고 필기만 하는 아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교사의 몫이건만 연수 때 배운 것을 한두 번 써먹고 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성우의 적극적인 의견 제시는 선생님과 의견을 왔다 갔다 하면서 예리해지고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학생들도 저절로 식견이 트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성우가 옳다, 선생님이 옳다 그 정도긴 하지만. 그 반 수업이 유독 흥미롭게 전개되는 데는 성우의 공이 크다. 물론 열심히 듣는 12반 아이들도 한몫한다. 그래서인지 12반은 다른 반에 비해 평균이 10점 가까이 높다.      

“현승이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조문 갈 사람 있니?”

종례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조용히 물었다. 몇몇이 손을 든다. 주현이도 손을 든다.

‘내일 시험인데 학원 안 가나?’

성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용히 손을 든다. 여섯이 담임 선생님과 같이 장례식장에 들어갔다. 인사를 하고, 국화꽃을 올리고, 기도를 한다. 현승이는 지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성우는 현승이의 어깨를 툭 쳤다. 힘내라는 뜻이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데...

성우 뒤에 서 있던 재영이 현승이와 마주하고 눈을 마주치자 재영이가 현승이를 꽉 끌어안았다. 현승이와 재영은 교실에서 그다지 친하게 지내는 사이도 아닌데. 그러자 현승이가 눈물을 흘렸다. 현승이는 지쳤던 표정을 슬픔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바꾸고 재영 품 안에서 꺽꺽 울었다.

말은 많이 하지 않으나 상대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듯한 표정과 몸짓. 성우는 그제야 자신에게는 없고 재영에게는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한 느낌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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