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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구두를 신은 Jul 19. 2024

[소설] 담장 위 하얀 찔레꽃 8화

8화 이원목적분류표 2

  “엄마, 엄마가 학교에 수학 시험 민원 넣었어?”

성우가 집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거칠게 걸어오며 말했다. 엄마는 성우의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응. 너는 모른 척하고 있어. 아이들도 누가 민원 넣었는지 모르니까 신경 꺼.”

“교육과정에 안 맞다고 재시험이 가당키나 해?”

“관례적으로 허용되던 것도 법적으로 따지고 들면 문제가 되는 거 많아. 이번에 컨설팅해주신 분이 누군지 알아?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 수립한 데 참여했던 교수님이야. 그 교수님이 의견서를 줬는데 안 될 것 같아? 이번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문제 내면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해.”

“엄마!”

성우는 숨도 쉬지 않고 밀리지 않는 태도로 말하는 엄마를 보면서 숨이 콱 막혔다. 엄마는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 명랑하고 사회성이 돋보이는 고상한 모습, 그리고 갈등 상황이 되면 절대 지지 않는 무서운 모습.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거야. 엄마가 맨날 말했잖아. 선생님들한테 잘못 보이면 안 된다고. 나 선생님들 얼굴 어떻게 보냐고. 아이들 사이에도 벌써 소문이 쫙 퍼졌는데 민원 누가 넣었는지 아이들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지금이라도 전화해. 민원 철회 한다고.”

성우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담임선생님 전화번호를 검색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엄마가 성우의 휴대폰을 비틀 듯 빼앗았다.

“야! 그럼 시험을 잘 보든가! 나라고 이러고 싶겠어? 이거 컨설팅받는다고 내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 알아? 너 한 마디만 더 하면 엄마 화낼 거야. 너 기흉으로 병원 가 있는 동안 네 간병도 못하고 엄마가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엄마는 눈이 벌겋게 되어 휴지로 코를 흥 푼 다음 방문을 쿵 닫고 갔다.

“엄마가 싸워야 할 대상이 얼마나 많은데, 아들하고도 싸워야겠어?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러는 건데?”

성우는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성우는 안방으로 들어가는 엄마를 따라가면서 말했다.

“제발 엄마! 엄마, 나 병원에  있을 때 담임 선생님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 진인사대천명이래. 과정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래.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통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고. 물론 선생님이 나 달래려고 하는 말인 거 알아. 하지만 나는 선생님이 옳다고 봐. 문제에 오류가 없는데 이렇게 억지로 해서 재시험 보고 그렇게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고 싶지 않아.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엄마는 성우의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이미 늦었어. 엄마는 한 번 시작하면 지는 법이 없어.”

“아아아!”

성우가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쾅하고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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