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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두를 신은
Jul 20. 2024
[소설] 담장 위 하얀 찔레꽃 10화
- 성우 엄마
미연은 학교에서 전화를 받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수학 시간에 교실을 나갔던 성우가 4교시는 물론 오후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CCTV에는 성우가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지난해 뉴스에 나왔던 어느 고등학생의 마지막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미연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같은 반 아이가 성우에게 가보겠다며 따라갔다는 말로 담임선생님은 미연을 위로했다. 그랬다면 휴대폰이라도 들려 보내는 것이 좋았을 것을. 아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미연은 무작정 숲을 헤맸다. 길은 왼쪽으로 가면 군부대가 있었고 오른쪽으로 가면 시내로 가는 지하철역이 있었다. 산을 넘어가면 다른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가면 북한산 야영장까지… 길들은 열 갈래도 넘었다. 어느 곳으로 간 것일까. 커다란 나무가 보일 때마다 튼튼한 대피소 기둥이 보일 때마다 미연은 끔찍한 상상에 시달렸다. 외롭고 힘들었다. 이 순간 아무도 자신의 곁에 없다는 것이.
한번 시작하면 지는 법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미연은 누구를 이겨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시달려왔다. 학생 시절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학과는 담임선생님이 권하는 대로 갔다. 대학에 가서는 원하는 과정을 이수하지 못했고 적당히 타협했다. 그때마다 마음에는 오기가 쌓이고 쌓여 정작 직장에 가서야 뒤늦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을 다시 갔고 대학원도 갔고 직장도 다시 구했다. 그렇게 돌아 돌아가는 동안 늘 미연의 마음속에는 첫 단추, 대학을 잘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대학을 잘 갔더라면 20대와 30대 초반을 그토록 고단하게 살지 않았을 것 같았다. 남들처럼 축제도 즐기고 사회 초년생이 누리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미연은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모두 개선하여 성우가 행복하게 살길 바랬다. 잘난 아들을 둔 뿌듯함?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을 때의 기분 좋음? 없다고 말 못 하겠다. 하지만 맹세코 그것은 현상일 뿐이지 미연의 마음속에 깃든 목적은 아니다. 미연은 생각했다. 너는 나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랐다고.
‘그런데 그게 너를 이렇게 궁지로 몰았던 거니? 성우야? 제발 돌아와 줘.’
미연은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 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이 걸었던 길을 되짚어 걷는 줄도 모르고 갈팡질팡 숲을 헤매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