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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구두를 신은 Jul 21. 2024

[소설] 담장 위 하얀 찔레꽃 11화

- 어른 같은 건 안 할 거야

“너는 좋겠다. 좋아하는 게 정해졌으니까.”

재영이가 노래를 흥얼거리자 성우가 재영이를 보며 말했다. 재영이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하는 건 정하는 게 아닐걸? 그냥 좋아지는 거지. 내가 기타나 들고 다니니까 편해보이냐?”

“아니야? 적어도 우리처럼 외줄 타기 하는 기분은 아닐 거 아니야?”

“네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나라고 쉽겠냐? 어렵기로 치면 내가 더 어렵지. 4년제 대학을 갈지 말지 하는데. 사실 내 코가 석자라 너 따라올 입장은 아닌데 내가.”

“그러게 너랑 나랑 친한 사이도 아닌데 왜 따라왔어?”

그러자 재영이가 입술을 삐죽하더니 말했다.

“그러게… 아까 네 표정이 죽을 것처럼 힘들어 보여서.”

성우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이 놈은 사람 마음을 여는 재주가 있다니까. 그러니까 주현이가 널 좋아하겠지.”

“야!”

주현이가 제삼자가 되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뜬금없이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성우의 등을 세게 때렸다.

“맞잖아. 성주현, 너 솔직히 말해. 나 따라온 거야? 재영이 따라온 거야?”

성우가 등이 아픈지 몸을 배배 꼬면서 주현에게 물었다. 주현이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진성우. 너랑 내가 쌓은 우정이 얼만데.”

“흥~ 지금 이 순간은 우정을 선택하겠다? 사랑이 아니라?”

‘우정’이라고 말할 때는 손가락으로 성우 자신을 가리키고 ‘사랑’이라고 말할 때는 두 손바닥을 펴서 재영을 가리켰다. 주현이 다시 성우를 말리려고 손을 들어 올리자 성우가 주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두 사람의 장난이 사그라들고 날도 어두워지고 있었다. 푸른색과 붉은색이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배고파”

주현이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셋은 모두 점심도 먹지 않았다. 성우가 뭉그적거리면서 말했다.  

“이제 그만 가자. 대신 가기 전에 재영이가 노래 하나만 불러줘라.”

재영이가 일어서더니 삐딱하게 서서 기타를 치는 흉내를 내며 노래했다.  

    

나는 나는 계속 계속 놀기만 할 거야

머리가 다 하얘져도 그렇게 살 거야

따분한 건 안 할 거야 재미없잖아

절대로 안 할 거야

나는 나는 계속 계속 노래를 할 거야

900살이 된다 해도 그렇게 살 거야

어른 같은 건 안 할 거야 너무 힘들잖아

절대로 안 할 거야     


그때 주현이가 따라서 같이 노래했다.      


슬프면 다 떠나가라 울래요

외로워도 엉엉 울래요

참기는 뭐 좋다고 참아요

아아 아예

내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내 맘대로 내 멋대로

그냥 막 다 할래

슬프면 다 떠나가라 우세요

외로워도 엉엉 우세요

참기는 뭐 좋다고 참아요

아아 아예

나는 원래 어른 아냐 그런 적이 없어

어른 같은 건 절대 안 해 너무 힘들잖아


운동장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수북이 자라 있었다. 이제는 야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해가 다 지고 어둑해진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고 있을 때 저곳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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