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높고 향기로운
수학 재시험에 대한 소문은 일주일 만에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바짝 다가온 체육대회 준비에 아이들 관심이 쏠렸다. 학급 전체가 참여하는 치어리딩과 각종 예선전들로 아이들은 시끌벅적했다.
체육대회 준비로 소란한 틈에 영어 말하기 대회도 실시되었다. 시청각실에는 100여 명의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과 친구들을 응원하러 온 학생들이었다. 본선에 든 자기 반 학생들을 보러 온 담임선생님들도 있었다. 멀리 성우네 담임선생님도 보였다. 한 반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데 12반에는 본선에 든 학생이 셋이나 된다며 다른 담임교사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성우는 자기 차례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었고 주현은 벌써 발표를 하고 난 후라 평온한 모습이었다.
성우가 조심스럽게 연단으로 올라가 준비한 연설문을 발표했다. 성우가 선택한 주제는 <실패가 나에게 준 것>이었다. 학생들은 성우가 예전의 자신만만하던 모습이 사라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겸손해진 성우의 표정에는 이전에는 없던 지혜가 깃들어 그가 하는 말도 진정성이 느껴져 묘한 감동을 준다고 생각했다.
“최우수 축하해.”
주현이 학교 교문을 나와 골목길을 걸으며 성우에게 말했다.
“우수 축하해.”
성우가 주현에게 말했다. 그리고 성우와 주현이 동시에 뒤따라오는 재영이를 뒤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박수를 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장려 축하해!”
재영이가 밝게 웃었다. 재영은 고등학교 들어와서 대회 상장을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다. 셋이 어울리게 되면서 얼떨결에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대회를 준비하게 되었던 것이 뜻밖에 상까지 받게 되었다. 제목은 ‘나의 꿈, 나의 노래’였다.
학교 담장이 끝나는 곳에 더 높은 축대가 맞닿아 있었다. 주현이 축대 위를 바라보았다. 손을 들어 얼굴에 그늘을 만든 후 축대 위에 피어있는 꽃을 바라보았다.
“찔레꽃, 저 꽃이 찔레꽃이래. 물 주는 사람도 없고 돌보는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 피지? 예쁘고 대견하지 않아?”
그때 재영과 성우가 동시에 뛰어올랐다. 오른 손을 번쩍 들어올린 채 하늘 높이, 하얗고 향기로운 것을 향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