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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구두를 신은 Aug 28. 2023

레테의 강

레테의 강인지 요단강인지 황천강인지를

건널 때

내 육신과 영혼은 죽을 만큼 지쳐서

(그랬기에 거기에  있겠지)

혼자서는 그 배를 탈 힘이 없을 터이니

이를 불쌍히 여기는 한 사공

혹은 흰 옷 입은 천사

혹은 검은 옷 입은 저승사자


에이고 그 손 이리 내미시오

이 강을 건너면

좋았든 싫었든 모두 잊히고  텐데

그래도 잊고 싶지 않은 한 가지가 있소?

물을지도 몰라


그에게는 그런 능력도 자격도 없지만

우두커니 앉아있기 무색하여

질문해 보는 것일 테지


없어요 없어

고단한 한평생 모두 잊을 수 있다니

좋기만 하구려

말해놓고

망각의 강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른 손으로 그 뱃전을 툭... 툭...

두드리다가


그래도 하나 고르라면 그 애 얼굴

그거 하나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배밀이 하며 눈 동그랗게 뜨던 그 모습도 좋고

아장아장 걷던 것도 좋고

휴가 마치고 군대에 돌아가며 손 흔들던 그 모습도 좋고

아무거라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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